|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후배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배우 안재욱이 남다른 후배사랑을 드러냈다. 안재욱은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고 있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 양반출신 의병대장 송수익 역으로 묵직한 무게감을 내보이고 있다. 노래가 많지 않지만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이라 한 회 공연을 마치고 나면 움직일 기력이 없을 만큼 탈진한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무대에서 연기혼을 분출하는 후배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그다.
최근 서울 한남동 인근에서 만난 안재욱은 “요즘 극장에서 공연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라디오며 인터뷰 등으로 뮤지컬을 홍보하러 분주히 다닌다. 그런 나를 보고 후배들이 걱정하는데 그런 후배들이 너무 예뻐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
소설가 조정래의 장편소설 ‘아리랑’을 원작으로 한 ‘아리랑’은 일제시대 일본군에 의해 치욕을 겪은 우리 민족들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담겨있다. 혹자는 오래 전 이야기라고 치부할 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 모두가 알아야할 이야기”라는 안재욱은 “‘아리랑’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소중한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선웅 연출에 대한 깊은 존경심도 표현했다. “고선웅 연출님은 내가 40대 중반에 만난 선물같은 분이다. 이젠 드라마 현장에 가면 알아서 잘하라고 해주라고 하는데 고선웅 연출은 계속 디렉션을 준다. 그분과 작업하면 마치 스무살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래서 연습실 가는 게 너무 즐겁고 내일의 공연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아리랑’ 2015년 초연에 이어 2017년 앙코르 무대까지 참여한 그는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배역이 주어진다면 ‘아리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며, 온국민이 봐야할 뮤지컬이라고 믿는다.
안재욱은 “‘아리랑’이라는 세글자가 주는 묵직함이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길 바라는데 고리타분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아 아쉽다. ‘아리랑’이 어떻게 하면 선입견을 없앨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 커튼콜 때 기립박수 쳐주는 분들을 볼 때 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원조 한류스타인 안재욱은 일본 팬들이 무척 많다. 일본군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이 뮤지컬에 대해 한 일본 팬의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기억해야 할 건 기억해야 한다. 반성하고 인정해야 밝은 내일이 있지 않을까’라고 쓴 일본 팬의 편지를 보고 감동했다”는 안재욱은 “‘아리랑’을 한다고 등을 돌리는 관객 1000명보다 ‘아리랑’을 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관객 한명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아내의 응원도 힘이 된다. 안재욱의 아내는 널리 알려졌듯 뮤지컬 배우 최현주다. 현재 뮤지컬 ‘시라노’에서 여주인공 록산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아내가 공연 초기에 ‘아리랑’을 보고 갔다. 공연을 보고 무척 좋아해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올인하는 가운데도 최근 KBS2 예능 ‘냄비받침’에 출연해 특유의 호쾌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예능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그는 그러나 아내나 딸을 공개하는 예능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안재욱은 “예능을 하더라도 육아예능이나 아내를 공개하는 예능은 하고싶지 않다. 이미 지금 잘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수현이가 자라서 엄마, 아빠를 따라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어떨까?
“딸이 웬만하면 배우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여배우의 삶이란 게 화려함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힘든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