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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방어율은 선발 투수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참조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투수가 한 경기(9이닝) 동안 내준 자책점의 평균 수치를 나타낸 방어율은 투수의 역량을 평가하기에 가장 간편하고 비교하기 쉬운 지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어율에는 경기 상황에 따른 운과 수비의 도움이 포함돼 있어 투수의 역량 자체만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지표가 수비무관자책점(FIP)이다.
FIP는 전적으로 투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기록(홈런, 4사구, 고의사구, 삼진)만을 추려서 방어율의 형태로 나타낸 지표다. 온전히 투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FIP가 방어율에 비해 낮은 경우 투수가 운이 나빴거나 팀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반대로 FIP가 방어율보다 높은 경우 그만큼 운이 좋았거나 수비진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7일 현재 FIP 1위부터 3위는 메릴 켈리(SK, 3.45)~헨리 소사(LG, 3.58)~양현종(KIA, 3.77) 순이다. 세 선수 모두 각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들이다.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선발 투수의 덕목 중 하나인 이닝이터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들이다. 특히 켈리(방어율 3.49)와 소사(방어율 3.85)는 상대적으로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하는 와중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눈에 띄는 순위는 4위다. kt의 고영표가(3.95) 쟁쟁한 각 팀 선발 투수들을 제치고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시즌 주요 지표를 보면 그의 순위가 이해가 된다. 삼진은 110개로 리그 공동 5위에 올라있으며 9이닝 당 볼넷 허용율은 1.05로 리그 선두다. 삼진/볼넷 비율 역시 7.33으로 리그 1위다. 그럼에도 고영표는 올시즌 6승 11패, 방어율 4.91에 그치고 있다. FIP보다 방어율이 1가까이 높다. 그만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팀 동료 라이언 피어밴드가 방어율 2.87, FIP 4.25로 수비의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고영표는 올시즌 득점지원이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발 투수 중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3.84점에 그치고 있다.
올시즌 2~3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 선발 투수는 총 11명이다. 이들 중 켈리, 소사, 양현종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의 FIP는 4점대를 웃돈다. 이는 대부분의 수준급 선발 투수들의 성적이 수비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켈리, 소사, 양현종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남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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