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영화 ‘몬스터’의 배우 이민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살인마 태수는 내 연기 인생의 한 페이지다.”

선한 이미지의 이민기(29)는 영화 ‘몬스터’에서 연쇄 살인마로 파격 변신했다.

13일 개봉하는 ‘몬스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의 끝을 알 수 없는 맹렬한 추격을 그렸다.

그동안 영화 ‘해운대’, ‘퀵’, ‘오싹한 연애’, ‘연애의 온도’, MBC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 KBS2 ‘달자의 봄’, ‘얼렁뚱땅 흥신소’,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 등에서 훈남이던 그가 살인을 서슴지 않는 냉혈한 태수 역으로 흰자위를 번뜩이며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예민하고 날렵한 살인마 역을 제대로 소화하려고 살을 찌웠다가 17~18㎏ 감량한 채 5개월을 지내며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모습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민기
영화 ‘몬스터’의 배우 이민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는 “남성성을 더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운동해보고 예민한 시간을 보낸 게 내 인생의 한페이지로 남아 다음 장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숲속 외딴 집에 홀로 사는 태수의 비인간적인 면을 닮아가려고 했다.

유난히 큰 눈, 특히 흰자위가 도드라져 눈빛만으로도 공포심을 자아냈다. “친구들이 CG 아니냐고 하더라.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었다. 태수가 경찰서를 사이에 두고 복순(김고은)과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일상의 누군가와 쳐다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센 감정으로 5개월 정도 살면서 준비해온 부분이 화면에 담겨 뿌듯했다.”

이민기
영화 ‘몬스터’의 배우 이민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영화 ‘은교’때 팬이었던 김고은과 ‘몬스터’에서 서로를 죽여야 하는 캐릭터로 맞닥뜨렸다.

김고은에 대해 “마지막 부분을 빼곤 각자 촬영해 촬영 전에 오히려 더 많이 본 것 같다. 고은이가 평소에 하는 언행이나 생각하는 걸 보면 ‘이래서 이 친구가 첫 작품으로 ‘은교’를 할 수 있었구나 했다. 사실 그 나이에 쉽지 않은 작품인 ‘은교’를 당연한 듯이 하지 않았나? 캐릭터나 연기에 대한 진중함이 있어 촬영장에서 거울 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이민기
영화 ‘몬스터’의 배우 이민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모델 출신의 패셔니스타지만 단 2벌의 의상만 입고 촬영했다.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해냈다. “액션연기의 합을 맞추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계단을 구를 때마다 ‘모서리는 왜 둥글지 않을까’ 했고, 복부 등을 맞을 땐 미리 알고 있는데 문에 부딪히고 손잡이에 등을 찍히는 등 예상치 못한 아픔이 힘들더라. 하하.”

얼마전 영화 ‘황제를 위하여’ 촬영을 마쳤다. ‘황제를 위하여’에선 야구선수 출신의 청년 백수 이환 역으로 열연했다. “태수가 차갑다면 이환은 뜨겁다. 불법 게임에 연루되며 밑바닥부터 다시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인물이다. 누아르물로, 이야기가 좋았다.”

이민기
영화 ‘몬스터’의 배우 이민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연애하고 싶다는 그는 이상형으로 “예쁜 여자가 좋고 자기 것이 확실한 사람이 좋다. 국악소녀 송소희가 멋있더라.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노래하고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내가 그 나이 때는 꿈도 못꿨을 만큼 강단 있고 자기 생각이 확실하며 노력하고 실력있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물로 연기력을 발휘하다 ‘몬스터’를 택한 것에 대해 “아직은 틀에 박혀 안주하기 보다 다른 걸 도전해서 한발 한발 다른 땅을 밟아가는 게 안정적인 길을 걷는 거라 생각한다. 20대를 지나오며 작품을 계속했지만 아직 못해본 게 많은데 그동안 내 세월이 쌓여서 뭔가 변하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몬스터‘가 그런 가능성을 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며 미소 지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