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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시스템이 아니라 소수의 이너서클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의 미래는 뻔하다. 조직은 사분오열되고 구성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일손을 놓아버리는 시스템의 셧다운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말이 좋아 이너서클이지 만약 그들이 전문성이 없고 리더와의 특수관계에 의해 중용됐다면 3류 패거리 집단과 다름이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뒤숭숭하다. 5일 체육회 이사회에서 발표된 평창동계올림픽 본부임원 명단 때문이다. 상식을 벗어난 원칙없는 본부임원 구성이 무수한 뒷말을 낳고 그에 따른 반발기류가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본부임원은 진천선수촌을 책임져야할 세 명의 인사다. 이재근 진천선수촌장을 비롯해 이호식 부촌장 그리고 정귀섭 훈련관리관에 쏟아지는 비난은 숫제 날이 설대로 섰다.

한국 체육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세 명의 인사가 동계올림픽 본부임원 명단에 한꺼번에 들어간 것 자체가 난센스다. 동계올림픽은 아시안게임과 같은 해에 열린다. 따라서 선수촌을 책임져야할 세 명의 인사들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폼잡고 따라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그림자처럼 지키며 뒷바라지하는 게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요 과제다. 이는 체육회 시스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상식과 원칙이 무시된 본부임원 명단이 발표되자 체육회는 물론 이너서클 내부에서조차도 “이건 해도 너무 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이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조직에서 권력을 잡은 소수의 입김과 결정으로 이뤄진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의 산물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본부임원 명단을 확인한 대한체육회 한 직원이 내뱉는 하소연에는 짙은 실망감이 묻어났다. “오는 8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진천선수촌에서 땀흘리는 각 종목선수들이 무려 7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해 밤잠을 설쳐도 모자랄 세 명이 한꺼번에 본부명단에 들어가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만에 하나 선수촌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기야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호’가 출범한 뒤 집행부 인선에서 이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질 않았다. 엘리트 체육의 상징인 선수촌장직에 처음으로 비경기인을 선임한 것도 그렇지만 부촌장직제 신설과 선임에 특정 종교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개연성 높은 추측은 체육의 순수성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 체육에 대한 전문성도 별반 없는 국군체육부대 출신 군인에게 훈련관리관이라는 새로운 직제까지 만들어준 건 체육인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무리한 처사라는 혹평도 난무했다. 국정감사에서조차 이들에 대한 성토가 불을 뿜었고 선거공신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체육단체의 또 다른 사유화라는 엄혹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랬던 세 명의 인사가 평창동계올림픽 본부명단에 포함되면서 또 다시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선거가 끝나고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 갖는 풍토는 선거 과정에서 헌신한 데 따른 보상일 수 있다. 그러나 자리에 낙점된 인물이 전문성이 없거나 혹은 과도한 권력욕에 취한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화려한 빛만 좇는다면 건강한 조직을 기대하기 힘들다. 평창동계올림픽 본부명단 구성은 분명 잘못됐다. 100년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는 대한체육회가 아직도 3류 패거리문화의 아마추어적 발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부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