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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말 많고 탈 많았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치른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을 끝으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 일정을 마쳤다. 단일팀은 5전 전패에 2득점, 28실점에 그쳤지만 스포츠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슴 뿌듯한 감동을 세계에 선물했다.

오는 5일 폐막식에서 공식 해산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27일간의 여정은 드라마틱했다. 단일팀을 향해 날섰던 비난여론은 올림픽이 시작된 뒤 서서히 누그러지더니 어느덧 감동과 화합으로 봉합됐다. 참 다행스럽다.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가치였던 평화올림픽이라는 거대담론에 떠밀려 급조됐던 단일팀은 어찌됐건 세계의 이목을 잡아끌며 이념과 정치를 초월한 체육의 고귀한 가치를 전파하는 큰 역할을 해냈다. 4년간 땀흘리며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만 매달렸던 여자 아이스하키대표 선수들은 뜬금없는 정치적 결정에 따라 처음에는 적잖은 불만을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북한 선수들의 가세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빼앗기는 게 너무나도 부당했고 서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가 됐다. 팀워크가 생명인 아이스하키에서 갑작스런 단일팀 구성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새라 머리 감독조차도 “정치적인 부담과 미디어의 높은 관심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냈다는 점은 내게도 퍽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는 “앞으로도 북한 선수들을 돕고 싶다. 우리는 친선 교류전에 관해서도 논의 중이다. 계속해서 끈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27일간의 여정은 전 세계에 가슴벅찬 감동을 안겼다. 남북 체육교류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선 여전히 유용한 정책적 수단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알려줬다. 다만 이번 단일팀 구성에서 보여지듯 남북한 체육교류가 보여주기식의 이벤트로 흘러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북한의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설파한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는 말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반드시 옳지는 않다. 때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포츠가 정치를 충분히 견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금의 남북 체육교류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향이 짙다는 데 있다. 그리고 체육교류의 주체도 더 이상 정치와 정부가 되어선 곤란하다. 민간이 중심이 된 진정한 체육교류가 이뤄진다면 오랜 분단으로 이질감이 커진 두 사회의 간극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7일간의 짧은 여정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체육의 다양한 가치 가운데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연대(連帶·solidarity)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체육이 타자와의 경쟁만을 앞세우다면 배제와 고립이라는 부작용이 생기지만 연대에 눈을 돌리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연대는 희망을 낳고 희망은 반드시 사회의 질적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남북 체육교류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 집중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체육교류가 시급한 시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 체육교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