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화와 넥센의 경기에서 외국인타자 피에의 루틴을 보고 박한이는 요즘 어떤 루틴을 하고 얼마나 걸릴까?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2010년 프로야구의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위해 도입한 촉진룰이라는 룰이 있습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스탠스를 잡으면 그때부터 시간을 재 12초 안에 루틴(운동선수들이 습관적으로 경이에 임할때 행하는 준비자세)을 끝내고 타격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투수도 1초 룰이 적용됩니다. 가장 당혹해했던 선수가 바로 삼성 박한이입니다. 총 다섯단계의 루틴으로 20초가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었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실제 시간을 쟀더니 24초가 나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먼저 배팅장갑의 밴드를 풀었다 조이고, 낮은 점프 두세번(스파이크 흙제거) 하고, 헬멧을 벗어 얼굴을 덮었다 뗀 뒤(헬맷속 냄새를 맡는다는), 배트로 홈플레이트 뒤쪽을 톡톡 두어차례 친 뒤, 다시 배트로 홈플레이트 앞쪽에 선을 긋는다. 박한이는 이를 짧게 줄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쉽지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신경쓰다보니 타격밸런스도 잘 맞지않아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습관이 이래서 무서운거죠

20일 넥센과의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그의 루틴을 점검해봤습니다. 사진은 스윙을 했을 경우만 하는 박한이의 루틴입니다. 마치 헬맷속 냄새를 맡는듯한 자세지만 움직였던 헬맷을 바로쓰는 과정입니다. 묘한것은 이 장면이 약1초정도 걸렸습니다. 냄새를 맡거나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건 아닌지 의문도 생길것 같습니다.
박한이에 앞선 타석은 5번 이승엽입니다. 그의 루틴도 한번 살펴볼까요?

안타깝게도 이승엽의 특별한 루틴은 없었습니다. 스탠스 후 홈플레이트를 배트로 한번 툭 치고..

투수쪽을 보며 배트를 세웁니다. 투수에게 준비됐음을 알리는 그리고 바로 타격준비에 들어갑니다.

이승엽은 오늘 첫 타석에서 오재영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1-1동점홈런을 터트렸습니다.

2년연속 홈런왕이자 MVP인 박병호 앞을 늠름하게 지나치는 라이언킹. 이승엽은 2년전 인터뷰에서 박병호의 타격폼이 많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했었습니다.

다음타석은 이승엽의 홈런을 축하하고 있는 박한이입니다.

류중일 감독도 시범경기임에도 왕고참 이승엽의 홈런을 축하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의 루틴이 이어집니다.

장갑의 밴드를 풀었다 조이고..

제자리 점프...흙 터는 작업인거죠

20일 2014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 삼성라이온즈와 넥센히어로즈가 첫번째 맞대결을 펼쳤다.박한이의 루틴.2014.03.20.목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헬맷을 벗어 다시 쓰는 동작입니다. 항상하는 것은 아니고 스윙했을 경우만 하더군요.

고개를 숙여 배트를 잡고..

다리를 벌리며 스탠스를 잡고...동시에 배트를 뒤에서 앞으로...

아마 컨택 포인트가 될 지점을 정해 배트를 이용 자신쪽으로 선을 긋고...

배트를 한번 휘둘러 보고..

타겨자세를 취합니다.

박한이는 이 루틴 풀세트를 하는데 15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 한 방송사가 시간을 쟀더닌 24초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박한이는 항상 이 루틴을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장갑의 밴드를 떼었다 조이는 과정은 타격을 했을경우에 간혹 했었고, 제자리 점프도 드물었습니다. 또한 헬맷을 벗었다 다시 쓰는 과정은 첫타석 8개의 볼을 상대하는 동안 한번밖에 하지 않더군요. 대부분의 준비과정은 12초 이전에 완료되었습니다. 촉진룰에 따르면 12초 경과가 두번 반복되면 스트라이크 판정이 하나 추가됩니다. 투수의 경우 볼이 하나 선언되구요. 나름 룰에 적응하는데 성공한 박한이였습니다.

이승엽의 솔로홈런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는 8구까지 오재영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하지만 8구째 볼에 그만 선채로 삼진을 당하고 만 박한이.

아쉬운듯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힐끔 홈플레이트쪽을 쳐다보고 있는 박한이.

경기는 치열했습니다. 홈런공장 넥센이 김민성,유한준의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경기후반 백업선수들로 교체되고는 삼성의 화력이 불을 뿜었습니다. 7-1의 넥센리드를 8-7 삼성의 역전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손승락이 9회등판해 3실점하며 이틀연속 불을 질렀습니다. 삼성 마무리 안지만도 9회말 등판해 동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경기는 결국 8-8 무승부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제 시범경기도 많아야 팀당 세경기 밖에 남지않았습니다. 다음 주말이면 실전이 시작됩니다. 박한이의 루틴처럼 야구에서 소소하게 보는 즐거움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목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