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KBS 박태호 예능국장. 제공|KBS

“까나리 테러, 아슬아슬 피했다.”

KBS 박태호 예능국장과 ‘해피선데이-1박2일’ 멤버들의 까나리 전쟁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1박2일’의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 등은 지난달 16일 방송된 설특집 ‘서울시간여행’편에서 서울 여의도 KBS신관 6층의 예능국장실 냉장고 속의 음료에 몰래 까나리원액을 넣었다. 방송에서 정준영은 “다음주 화요일쯤 마시게 세팅을 해놨다”며 까나리음료를 일반음료 틈에 끼워넣어 웃음을 준 바있다.

박 국장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진짜 먹을 뻔 했다. 보통 외부에서 손님이 오시면 거기있는 음료수를 꺼내놓는데, 마침 오신 분이 마늘음료를 못 먹는다고 해서 다른 걸 먹었다. 나중에 방송을 보니 까나리를 넣었더라”면서 껄껄 웃었다.

예능국장을 상대로 장난을 칠 정도로 요즘 ‘1박2일’은 악동기질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시즌3’는 한층 탄탄해진 기획 위에 꾀돌이 LTE(차태현, 데프콘, 정준영)와 많이 모자란 3G(김주혁, 김준호, 김종민)팀의 라이벌전이 얹어지며,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1박2일’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해피선데이’는 일요예능 강자로 우뚝섰다.

박 국장은 “원래 잘 되던 프로그램도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2~3년씩 걸린다. 시즌3가 출범하자마자 보여준 성과는 굉장히 이례적인 셈이다. KBS브랜드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정통성을 이어가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같다”고 말했다.

효자 예능으로 우뚝 선 ‘1박2일’을 응원하기 위해 최근엔 국장단이 함께 촬영지를 찾기도 했다. 그는 “120인분 고기를 준비해서 현장에 내려 갔는데 촬영이 오전 5시에 끝나 결국 얼굴은 못보고 돌아왔다. 시청자들께 좋은 방송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정말 고생하면서 열심히 찍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2'해피선데이-1박2일'
KBS2‘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제공|KBS

공영성, 시청률, 광고판매 등을 담보하는 ‘1박2일’이 재기에 성공하면서, KBS 예능은 전반적으로 청신호를 띄고 있다.

주간예능 ‘안녕하세요’, ‘우리동네예체능’, ‘해피투게더3’이 굳건히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는데다, 고질적인 약체로 꼽혔던 토요예능까지 살아났다. ‘불후의 명곡’은 지난 22일 이미자 편에 이어 29일 이선희 편이 2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MBC‘무한도전’, SBS‘놀라운 대회-스타킹’이 버티고 선 상황에서 거둔 값진 성적이다.

스테디셀러 프로그램들이 강세를 띄는 가운데, 신작 준비도 부지런히 이어지고 있다. 상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해 예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음악예능 ‘밀리언셀러’를 선보였으며, ‘미스터 피터팬’, ‘나는 남자다’, ‘대변인들’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난해에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마마도’ 등을 발굴했다.

박 국장은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획안을 폭넓게 받고 가능한 한번 (파일럿을) 떠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노력이 시장을 넓히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