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또 한 번 파헤쳐진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 폭로는 끊이지 않았고 이젠 일반인 피해자까지 등장했다.


7일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이 방송됐다.


앞서 'PD수첩'은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행 의혹을 다룬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PD수첩' 측과 자신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배우 A 씨를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 검찰에 출석할 당시 피해자들을 향해 "은혜를 이렇게 아프게 돌려주는 것이 저는 너무나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저는 22년 동안 23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무자비한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김 감독이 이처첨 고자세로 나가는 가운데,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 방영된 후 약 5개월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김 감독의 영화 분장 스태프으로 참여했던 D는 "한 번은 김 감독이 멀리서 제 이름을 불러서 달려갔다. 해변에 거의 사람도 없었는데 다짜고짜 '나랑 자자'고 하더라. '전 그런 거 안 좋아한다'고 했더니 당황해했다. 전 단호하게 얘기했고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고 밝혔다.


한 남성 스태프는 "여성 스태프가 급하게 만나자고 해서 만난 적이 있다. 하는 얘기가 김 감독이 자신을 계속 무인 호텔로 불러들인다는 거였다. 여성 스태프는 그 여관에서 뛰쳐나왔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인지 위치를 저도 알고 있다. 얘기만 들었는데도 충격적이었다.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인 H는 과거 지인과 강남에서 조재현을 만난 일화를 털어놓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H는 "한 드라마 팀 회식 자리에 지인이 불러서 찾아갔다. 고깃집일 줄 알았는데 가라오케였다. 조재현을 포함해 유명 남자 배우들도 있었다. 화장실을 갔는데 조재현이 따라와 키스를 시도했다. '죄송하다. 저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다'고 했지만, 조재현은 '어 조심해. 아니야. 밖에 아무도 몰라. 안 그러면 다쳐'라고 했다. 본인은 너무 평온했다"고 전했다.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빠져나온 H는 "복도에서 다리가 너무 풀려 떨고 있었다. 조재현은 화장실에서 나와 출구로 나갔다. '묻지마 범죄'를 당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H는 이 일이 있고 나서 "화장실도 잘 못가 방광염도 생겼다. 제일 괴로운 건 그 사람 목소리다. 체취 그 느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감독과 조재현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피해 내용이 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안들이다. 수사는 절차가 있는데 저희가 그걸 무시하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공소시효 때문에 (해당 사안을)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변화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이날 한학수 앵커는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마주하는 적나라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피의자로 지목된 자들은 비교적 평온한 상황이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이 사안을 수사할 수 없다는 경찰과 A, B, C 등 이니셜로 지칭되며 숨어야만 하는 피해 여성들. 아이러니하고 답답한 상황의 끝은 어디일지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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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