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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에게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열이면 열 “발리 가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국내 여행객에게 ‘인도네시아=발리’가 동의어로 받아들일 만큼 친숙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숨은 매력이 가득한 ‘보물섬’같은 인도네시아를 발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문화유산의 보고인 족자카르타, 리조트와 이색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발리, 저렴한 물가, 순박한 사람들, 어딜가든지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소품들…. 35℃를 넘나드는 더위에 절로 ‘빠나스 깔리(너무 덥다)’라는 투정이 나왔지만, 인도네시아의 매력에 비하면 이 정도 더위쯤은 ‘애교’에 불과하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건기가 시작돼 허니무너 뿐 아니라 배낭족,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황금연휴 가득한 5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도네시아의 숨은 매력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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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숨겨진 속살’ 족자카르타
메라피 화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해 있는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숨겨진 속살’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관광객에게는 다소 낯선곳이지만 전통적 자바 문화가 가장 잘 보존돼 인도네시아 관광의 중심지로 알려졌다. 특히, 근교의 보로부두르, 쁘람바난 등은 고대 자바의 귀중한 유적이 많아 한번 쯤 둘러볼 가치가 충분하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힌다. 입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긴 사롱(남녀 구분 없이 입는 치마와 비슷한 옷)를 입고 들어서자 화려하고 장엄한 불교문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웅장한 사원이 시멘트와 같은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축조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로부두르는 15층 건물 높이로 욕계·색계·무색계 등 불교의 3계를 의미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3층으로 지어졌다. 올라갈 수록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한다. 맨 아래층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조각한 정교한 부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섬세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중층의 빼곡한 종 모양의 스투파안에는 부처님이 앉아있는데 머리가 없는 부처님도 찾아볼 수 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네덜란드가 식민지배를 끝날 때 기념품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좁은 계단을 올라 거대한 불탑 하나가 있는 상층으로 향했다. 불탑을 올려다보며 시계방향으로 줄지어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일곱 바퀴를 돌면 극락에 이른다는 전설 때문”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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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위의 집’을 뜻하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숲 속의 버려진 유적’이라고 불리었다. 824년 샤일렌드라 왕좌때 건설했으나 대지진과 화산의 폭발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그 존재가 잊혀졌던 것. 1814년 자바 통치권을 얻은 영국이 섬 시찰 중 보로부두르 유적을 찾아내고, 1907년 네덜란드 정부가 대대적인 유적 조사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에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다시 복원 사업이 이뤄졌고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현지어로 ‘와이삭’이라고 불리는 석가탄신일(5월6일)에는 믄듯 사원~빠원 사원~보로부두르 사원으로 이어지는 연등행렬이 펼쳐진다. 믄듯 사원과 빠원 사원은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보로부두르 사원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있다. 보로부두르 사원과 대조적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믄듯 사원과 빠원 사원 역시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쁘람바난 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며 아름다운 힌두사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원의 느낌으로 볼 때 보로부두르 사원이 남성적이라면, 이곳은 여성적인 모습에 가깝다. 사원의 탑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솟아 있으며, 수평적으로 정리돼 있고 반원형 모양의 덮개가 그 위에 얹혀 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그 주변에 화려한 건축 조각이 층층을 이루고 있어 힌두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왕비와 후궁들이 사용하던 목욕탕이 유명해 ‘물의 궁전’이라는 별칭이 생긴 따만사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거에 술탄이 그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후궁들 중 한명을 간택해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하에 수영장이 달린 은밀한 공간은 묘한 상상력마저 자극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비밀 통로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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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둘러보는 발리, 색다른 매력속으로
족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을 가면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 발리에 닿는다. 허니무너들과 서퍼들에게 발리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이다. 대표적인 휴양지인 남부 바다에는 높은 파도에 자유자재로 몸을 맡긴 서퍼들, 각양각색의 환상적인 리조트에서 꿀맛같은 허니문을 즐기는 신혼부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신(神)들의 섬’이라 불릴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꽃잎을 제물로 바치며 기도하는 발리 사람들의 종교의식도 볼 수 있다.
발리는 휴양지로서의 매력도 차고 넘치지만, 독특한 즐길거리가 즐비해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빌려 시내 곳곳을 관광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발리는 제주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큰 섬이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반나절 정도 빌려 관광하면 좋다. 오토바이 운전에 익숙하지 않아 자동차를 택했다. 저렴한 물가 덕분인지 6만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현지 가이드겸 운전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발리에서 즐기는 ‘황제 관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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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류 가수를 ‘스파이’(싸이·PSY)로 꼽은 운전사에게 부탁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뜨갈랄랑.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계단식 논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았다. 비탈진 다랑논과 열대 야자수가 동양미와 이국적인 풍경을 동시에 선사했다. ‘세계 10대 계단식 논’에 이름을 올린 뜨갈랄랑을 보기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곳은 사실 현지인들에게는 삶의 터전 그 자체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는 농부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어린아이 같은 해맑음과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가 함께 느껴졌다. 계단식 논을 바라보는 언덕에는 노천식 카페가 있다. 유럽인들이 좌식 테이블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나시고랭(인도네시아식 볶음밥)과 빙땅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이채롭다. 손재주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발리 사람들이 손뜨개로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것도 진풍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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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나롯 사원은 발리에서 꼭 가봐야 할 힌두사원이다. 발리의 6대 사원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의 용궁사와 비슷하다. 이곳은 바다에 신을 모신 ‘바다 사원’으로 바닷물이 들어올때는 마치 바다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방문객의 80%는 족자카르타 등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두 달 뒤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찾아든 힌두교인들의 성대한 힌두교 세리머니가 열린다.
일몰 명소로 유명한 울루와뚜 사원으로 가는 길에는 반갑게 마중(?)나온 수많은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손에 든 머플러를 낚아 채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듯 현지 가이드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 크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예술인의 마을로 불리는 우붓 미술시장은 한국의 인사동을 연상케 한다. 우붓은 거리 자체가 예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수공예 소품들과 예술 작품을 파는 갤러리들이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우붓 시장에서는 으레 그렇듯 ‘부르는 게 값’이다. 한국의 남대문시장처럼 흥정하며 물건값을 깎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화로운 우붓마을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은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다.
족자카르타·발리(인도네시아)글·사진 | 김자영기자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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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항공편=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한국지점은 현재 인천~자카르타, 인천~발리 노선을 주7회 운항한다. 족자카르타, 롬복, 수라바야 등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도 당일에 연결할 수 있다. 특히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자체 항공편은 현지 도착 시간이 자카르타 오후 3시 45분, 발리 오후 5시로 현지에서 업무를 보기에 최적의 서비스 시간을 제공한다. 오는 6월부터는 인천~자카르타 행 항공편을 2회 증편(매주 화, 목 오후 7시45분에 출발. GA877)해 주 9회 운항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이민국 직원들이 좌석을 직접 돌아다니며 입국 수속을 진행하는 ‘기내 입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사전 입국 심사를 완료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 현재 국내 운행 노선 중에서는 인천~자카르타 구간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인천~발리 구간 서비스는 준비 중이다. 티켓 발권 및 문의 (02) 773-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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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빠원 사원 바로 맡은 편에 루악 커피숍이 있다. 루악커피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커피로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해 가공하는 커피다. 희귀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커피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파우더 100g 4만원. 쁘람바난 사원 인근에 위치해 있는 수르야디 식당은 냇가 바로 옆에 비치 된 테이블에서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식사할 수 있다. 특히 구라메 라고 불리우는 생선요리가 일품이다. 생선요리 가격은 8500원.
●기후=인도네시아의 기후는 열대성 몬순기후로 고온다습하다. 연평균 기온은 25℃~28℃이며 습도는 73%~87%다. 우기는 11월~2월이며 3월~10월은 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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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볼 곳=보로부두르 은 공장은 1970년대부터 발리, 롬복, 켄다리 등 주요 지역을 초월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은 수공예품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반지, 귀걸이, 팔찌 등 공예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볼 수 있다. 은반지는 2~3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