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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코 유야(가운데·베르더 브레멘)와 하라구치 겐키(오른쪽·하노버), 나가토모 유토(갈라타사라이) 등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8일 이란전에서 골 세리머니를 함께 하고 있다. 출처 | 아시안컵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난해 1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한국과 일본 담당 스카우트인 다무라 게이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일본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 우라와 레즈 스카우트를 거쳐 맨유와 일을 하게 됐다. 다무라가 갖고 있는 정보 자체에 대외비가 있어 많은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그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일본 선수들은 유럽에 너무 막 진출해서 아쉽다”는 것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이제 잉글랜드나 스페인 같은 빅리그부터 폴란드나 러시아 같은 동유럽까지 유럽 전역에 넓게 퍼져 있다. 이곳 저곳에 흩어진 선수들을 다 합치면 50~60명 가량 된다고 한다. 벨기에 1부리그 신트 트라위던은 일본 기업에 인수된 뒤 무려 6명의 일본 선수가 뛰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MVP 후보까지 오른 20살 중앙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바로 신트 트라위던 소속이다.

다무라는 “일본 J리그 구단도 환경이 좋고 좀 더 안정된 환경 속에서 뛰다가 기량이 무르익을 때 유럽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이제 막 발전할 시기인데 유럽에 가서 출전 문제 등으로 기량이 정체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그런 면에선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가 한국 선수들의 현실을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한국은 어떠냐”고 물었다면 이런 답변을 어쩔 수 없이 내놨을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고 병역을 해결하면 중국이나 중동으로 가려는 선수들이 많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그런 면에선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고.

“유럽에 너무 막 가서 문제”라는 다무라의 견해가 생각나는 시기다. 일본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우승 1순위라는 이란을 보기 좋게 ‘때려잡고’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경기력을 확 끌어올린 결승전 맞상대 카타르의 상승세도 좋아 우승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주축 선수들을 여럿 빼고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을 하면서도 끝판까지 온 일본 축구의 힘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이란전도 훌륭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도 인상 깊었다. 잉글랜드 사우스햄프턴에서 뛰는 주장 요시다 마야와 세트피스 때 골까지 넣은 도미야스를 중심으로 무너지지 않는 수비가 돋보인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일본 축구의 저력이 드러난 한 판이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유럽파인 라인업을 종종 내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이란전이 그랬다.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골키퍼 곤다 슈이치가 포르투갈 1부 구단 입단을 확정지어 선발 출전 11명이 모두 유럽파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일본에도 시오타니 츠카사(알 아인)나, 카타르 1부 구단 이적이 유력한 나카지마 쇼야처럼 중동행을 선택하는 선수들도 있다. 다만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수십명의 선수들이 유럽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그런 에너지가 일본 축구의 미래를 밝히는 것 같아 부러웠다. 한·일전에서 한국이 몇 번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축구와 선수들이 가는 길이 바른 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연간 1000만 관중이 몰려든다는 J리그, 그 속에서 배고픔을 감수하며 유럽행을 선택하는 대표급 선수들, 일본 축구의 두 모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라이벌 한국에 주는 교훈이 됐으면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