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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 ‘체이스필드’는 1998년 3월31일 개장 당시 ‘뱅크 원 볼파크’였다. 개장부터 구장 명칭 사용권을 행사했다. 뱅크 원이 2006년 JP모건 체이스 금융회사에 합병되면서 체이스필드가 됐다. 북미 스포츠 사상 개폐식으로는 최초의 천연잔디 구장이다. 획기적이었다. 북미의 개폐식 구장으로는 세 번째다.
체이스필드는 애리조나 메트로폴리탄 피닉스를 끼고 있는 마리코파 카운티가 주 공사비를 댔다. 카운티는 한국의 군과 도 사이쯤 되는 행정 구역이다. 1995년 준비 단계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컸다. 공사비로 인해 주민들에게 추가 징세 부담이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의회를 통과해 착공이 확정됐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당초 예정된 공사비 2억7900만 달러(약 3159억6750만 원)를 부담하고 구단 측이 2억5300만 달러(2865억2250만 원)의 추가되는 비용을 대기로 했다. 그러나 철근 빔과 재료비의 상승으로 체이스필드의 실제 공사비는 3억6400만 달러(4009억500만 원)로 상승했다. 신생 구단 애리조나는 재료비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큰 재정 부담을 안았다.
최근에는 체이스필드의 완전 개보수를 놓고 카운티와 송사를 벌이고 있다. 구단은 구장이 오래됐으니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카운티는 보수만 하자는 주장이다. 리노베이션에 소요되는 비용만 1억8700만 달러(2117억7750만 원)다. 오는 18일 개장하는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의 공사비 1270억 원을 크게 상회한다.
‘창원 NC파크 마산 구장’은 이름부터 어정쩡하다. 양측 시민들에게 비난받지 않으려는 관치 행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18일 개장 역시 행정 편의주의다. 애초 NC 구단은 시범경기가 벌어지는 날 자연스럽게 개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창원시는 개장 행사가 시범경기에 묻혀 제한적이 된다며 경기가 없는 날로 통보했다. 선수들도 야구없는 휴식일에 나와야 한다.
프로야구장의 개장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 개장 당일 상대 팀이 역사 그 자체다. 몇월 며칠 개장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09년 새 양키스타디움의 개장은 4월16일이었다. 상대는 클리블랜드였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이런 이슈에 괘념치 않는다. 사진을 찍기 위한 화려한 개장 행사가 중요하다. 그게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은 행정의 달인들이 모인 조직이다. 그러나 야구장의 개장과 운영은 행정과 다르다. 스포츠 행사다. 이제 야구장은 NC가 관리하는 게 정상이다. 창원시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체이스필드의 소유주는 ‘마리코파 카운티 스타디움 디스트릭트’다. 그러나 구장의 관리는 애리조나 구단이 하고 있다. 네이밍 라이트도 구단이 갖고 있다. 미국 스타디움 사상 가장 많은 공사비가 소요된 구장은 양키스타디움이다. 23억달러(2조6047억5000만 원)가 투입됐다. 양키스타디움의 주인은 ‘뉴욕 시티 산업개발 에이전시’다.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뉴욕 양키스는 명칭과 구장 관리 주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사비를 투자한 지자체는 스타디움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다. 팀은 구장에서 경기를 통해 날마다 콘텐츠를 만든다. 카운티가 80% 이상의 공사비를 투자하고도 명칭사용권과 같은 운영권을 구단에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