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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개막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을 예상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정규리그 챔피언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캐피탈의 네 번째 우승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예상 밖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빈 틈이 있는 팀이었다. 세터 이승원은 정규리그 내내 자리 잡지 못해 배구 팬의 비판을 달고 살았다. 이승원을 중용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부상자도 많았다. 1월에는 신영석이 종아리를 다쳤고, 이어 문성민까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상가상 크리스티안 파다르의 허리 부상, 전광인의 무릎 부상까지 겹쳤다. 전체적으로 고비가 많은 시즌이었다. 여러 이유로 정규리그 우승을 대한항공에 내줬다. 장기레이스에서 대한항공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2위에 머물렀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을 “잘 굴러가는 팀 아니었다”라고 표현했다.
라인업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이 이렇게 한 경기도 못 잡고 패할 전력은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한국 최고의 세터인 한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정지석과 곽승석이 버티는 레프트는 공수에 걸쳐 V리그 최고 수준이다. 김규민, 진성태 등이 포진하는 센터 라인도 수준급이다.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는 기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으나 여전히 한 방이 있는 선수였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종료 후 푹 쉬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쳤고, 부상자까지 많았다. 여러모로 어려워 보였다.
우승의 기쁨이 더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 감독은 “2년 전에 우승할 때는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저부터 불안했다. 그만큼 팀이 잘 굴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성민도 “이렇게 우승할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기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안방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현대캐피탈에게는 큰 선물이 됐다. 이날 경기에는 천안의 폼 팬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일방적인 응원전 속에 현대캐피탈은 의미 있는 챔피언 세리머니를 했다. 2년 전 우승을 차지했을 땐 인천에서 시상식을 했기 때문에 천안 특유의 폭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전광인은 “챔피언결정전에 들어가기 전에 인천에서 1승이라도 하고, 천안에서 꼭 우승을 확정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 우승의 기쁨을 팬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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