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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홈 A매치 2연전이 끝난 지 일주일이 흘렀으나 여진이 적지 않다. 한국이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상대로 2연승 거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콜롬비아를 2-1로 이긴 것은 앞으로 벤투호 가는 길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엄연한 2연승이다.
그러나 연승의 그늘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카타르 월드컵 준비를 앞두고 치른 테스트매치에서 선수들에 대한 실험이 적었다거나 상대가 약했음에도(볼리비아전) 혹은 1.5군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음에도(콜롬비아전) 한국이 너무 총력전 자세로 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팬들이나 언론을 넘어 적지 않은 축구인들이 이 문제를 거론한 상태다. 사실 ‘정량적’ 기준에서 보면 벤투 감독이나 그를 지지하는 쪽에선 서운할 법하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부임 뒤 9승4무1패의 높은 승률을 챙기고 있다. “벤투 감독이 온 뒤 단 1패 뿐”이라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2연전 출전 선수가 예전 감독보다 결코 적지 않았으며 2년 전 신태용 감독 땐 실험이 많다고 하더니 지금은 실험이 적다고 벤투 감독을 나무란다는 목소리 역시 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 감독 시절과 지금을 똑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어쨌든 수치로 보면 벤투 감독이 적은 수의 고정 라인업만 활용한다고 말하기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왜 이런 논란이 일어날까. 근원을 찾아들어가면 벤투 감독에 대한 신뢰 상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에도 ‘하던대로’ 평가전을 치른 셈인데 팬이나 축구계의 시선이 확 바뀐 것이다. 59년 만의 우승을 외쳤던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한 것은 ‘원죄’라는 말을 붙여도 무리 없을 만큼 벤투 감독을 옥죄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에서 독일을 누르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합류했고 기성용과 구자철도 은퇴를 미루고 아시아 제패를 위해 남았다. 멤버는 손색이 없었다. 12월엔 2주간 겨울 전지훈련까지 국내에서 실시했는데 당시 훈련장엔 ‘우승’이란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진 대한축구협회 제작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선 “부임 뒤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8강에서 탈락하자 벤투 감독을 옹호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온 의견이다. 대회 전까지는 좋은 대진표와 함께 한국 축구가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4강행에도 실패했다.
벤투 감독은 딱 한 번 패했다. 그러나 모의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본고사에서 낙방하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지금 벤투 감독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이들은 ‘몇 번을 이기고 몇 번 지고’, 혹은 ‘선수를 몇 명 쓰고’와 같은 ‘정량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1차 관문이었던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을 생각하고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기용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여기에 2012년 유럽선수권 4강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의 이력까지 더해져 냉랭한 평가가 더 커졌다. 홈 평가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다. 지난해 우루과이를 이기고, 칠레와도 잘 싸운 끝에 비겼지만 ‘안방 호랑이’가 얼마나 부질 없는 이름인지가 지난 1월 확인됐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때도 홈에선 곧잘 이기다가 원정만 가면 실력이 확 줄어들어 한국 축구를 위기에 빠트린 적이 있다. 이번 아시안컵 실패까지 더해 평가전 결과를 믿지 않는 시각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다. 일종의 학습 효과로 볼 수 있다. 축구계에선 “한국인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저런 경기력으로 8강 탈락했다면 더 시끄러웠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벤투 감독이 ‘증명’해야 한다. 아시안컵과 대등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대회에서 증명하기 전까진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은 쉽다. 그렇다면 가깝게는 오는 12월 동아시안컵이 의미 있는 본고사가 될 수 있다. 멀게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될 것이다. 지금의 논란은 벤투호 스스로 만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