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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아카데미, 그건 참 갖고 오고 싶은 시스템이야.”
LG 양상문 감독의 시선이 삼성의 이른바 ‘B.B 아크’로 쏠렸다. 지난 12일 LG 사령탑에 취임한 양 감독은 지난 3년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9개구단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살펴봤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삼성과 홈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에게 “해설위원으로 지켜본 각 팀의 시스템 중 도입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양 감독은 잠깐 생각하더니 “삼성의 사관학교 시스템은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BB아크’는 취임 2기를 맞은 삼성 류중일 감독의 야심작이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코치를 두고, 각 선수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훈련프로그램을 적용해 팀에 필요한 선수를 길러내는 시스템이다. 양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 특성이 다 다르다. 투수만 해도 던지는 유형이나 근육의 상태, 유연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었다. 삼성은 이런 부분에 착안해 BB아크를 설립했다고 한다. 지구력이 필요한 선수, 순발력이 필요한 선수, 유연성을 보강해야 하는 선수 등을 구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은 국내 현실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이천에 2군전용구장을 짓고 있으니 우리도 BB아크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코치 보강이 이뤄져야하는지 등은 구단과 심도있게 대화를 나눠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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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BB아크를 어떤 형태로 운영 중일까. 삼성은 최근 고양원더스로부터 김동호 김성한 등 두 명의 투수를 영입해 BB아크에서 육성 중이다. 류 감독은 “직접 볼 시간이 없어 VTR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 최근에 봤다. 김동호는 오버핸드도 아니고 스리쿼터도 아닌 애매한 팔 높이로 공을 던지더라. 김성한은 팔스윙은 매우 좋은데, 공을 던질 때 턱이 들리는 습관이 있더라. 카도쿠라 켄 코치에게 방향성을 설정해주고,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호에게는 차라리 사이드암처럼 팔을 완전히 내리는 게 어떤지, 김성한은 비슷한 투구폼을 가진 텍사스 다르빗슈 유의 투구 영상을 자신의 것과 비교해보며 교정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류 감독은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안될 때가 있다. 최고 선수들의 영상과 자신이 던지는 영상을 비교하면, 문제점이 바로 보이지 않을까. 얼마나 걸릴지,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만들어보라고 했다. 잠재력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니까, 팀에 필요한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른바 ‘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했을까. 류 감독은 “선수 한 명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원더스에서 온 친구들은 소위 프로에서 버림받은 선수들 아닌가. 벼랑끝에 몰린 선수들인데, 1%의 가능성을 보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선수생명을 걸고 절실하게 달려들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경기만 해서는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