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비운의 챔피언’ 이윤준(31·로드짐)이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로드FC 밴텀급에서 무적을 자랑했던 이윤준은 ‘끝판왕’ 권아솔을 능가하는 실력과 인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호쾌한 경기 스타일 그리고 멋진 쇼맨십으로 갈채를 받았다. 게다가 얼굴도 잘생겨 경기를 할 때마다 많은 여성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윤준은 권아솔 이전에 로드FC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로드FC 밴텀급 3대 챔피언 이윤준은 로드FC에서 성장해서 정상에 오른 파이터다. 로드FC가 배출한 최초의 프랜차이즈 스타. 아마추어리그인 로드FC 센트럴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로드FC 영건즈에 진출, 최종 관문인 로드FC 넘버시리즈에서 챔피언 벨트까지 따냈다. 로드FC의 이상을 고스란히 실천한 최초의 스타였다.
로드FC에서 이윤준의 명성은 대단했다. 2014년 로드FC 020에서 이길우를 1라운드 1분 26초 만에 파운딩으로 TKO시키며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뒤 두 차례 방어 성공, 로드FC 사상 최초 9연승 등 승승장구했다. 적수가 없었던 한 체급 위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30·최무겸짐)도 상대 체급인 페더급에서 제압, 체급을 넘나드는 최강자로서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국 경량급에서 이윤준은 ‘넘사벽’같은 존재였다.
|
화려한 커리어의 선수 생활을 하던 이윤준은 2016년 7월,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이윤준은 2016년 5월14일 UFC 출신의 조지 루프와 2차 방어전을 치렀다. 조지 루프는 ‘코리언 좀비’ 정찬성을 KO시킨 전력이 있는 강력한 도전자였다. 하지만 이윤준은 루프를 농락하듯 1라운드 1분 10초 만에 미들킥으로 경기를 끝내며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로드FC 역사상 최초 9연승이었다.
하지만 조지 루프와의 대결이 끝난 지 약 2개월 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불특정 부위에서 혈관 박리가 일어나 목 부위 동맥이 막혀 급성 뇌경색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 메디컬 체크, 경기 후 메디컬 체크까지 모두 안전하게 통과됐던 이윤준이어서 뇌경색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이윤준은 가지고 있던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이윤준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 우울했고, 좌절감이 많이 들었다. 인생이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챔피언이었을 때는 많은 이들이 도와주었는데(스폰서십)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끊겼다. 몸도 안 좋은 상태였고, 금전적으로도 어려워 막막한 상황이었다”며 “그때 굽네치킨 홍경호 회장이 정식 스폰서 계약을 맺고 매달 지원을 해줬다. 정문홍 로드FC 전 대표도 수술비 일체를 지원한 데다 로드FC 오피셜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두 분은 내가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덕분에 안정된 생활을 하며 내가 나를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은 정상인에 가까울 정도로 잘 회복하며, 지도자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내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베풀고 사는 게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18년부터 로드FC 오피셜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이윤준은 코치로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동료들의 경기에 세컨드로 나서 승리에 도움을 줬고, 로드FC 오피셜짐인 로드짐 로데오점의 관장으로 체육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윤준은 체육관 운영의 총 책임자 역할을 맡는다.
이윤준은 “관장으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거라 책임감이 크다. 압구정짐에서 일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압구정짐에서 일할 때 몰라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여기에서 수정 보완해서 예전에 했던 실수를 안 하고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다. 열심히 잘 해 보겠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윤준은 주짓수 대회에 출전, 운동을 꾸준히 하며 선수 복귀를 위한 워밍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7회 ‘ALL JAPAN NO-GI JU-JITSU Championship’에 출전, 마스터 1 어드밴스 라이트급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에 나선 권아솔(33·팀 코리아MMA)의 훈련을 도왔다. 이달 15일 원주 로드FC 054에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는 미들급 챔피언 라인재(33·팀 코리아MMA)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다.
|
이윤준은 “(권)아솔이 형과 (라)인재 형은 사실 로드FC 오피셜짐 선수는 아니다. 박창세 감독님이 있는 팀으로 본사와 분리됐다. 팀은 다르지만, 예전에 뿌리가 같았기 때문에 같이 합동 훈련을 한다. 아솔이 형이 최종전에서 패했다.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지만 착하고 의리 있는 형이다. 우리나라 격투기를 사랑해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며 “나처럼 챔피언일 때도 있었고, 지금은 챔피언이 아니지만, 로드FC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솔이 형을 끝까지 책임져줄 것 같다. 좋은 분들과 함께 힘내서 재기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인재 형은 꼭 1차 방어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에게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윤준이 준비하는 체육관은 오는 17일에 오픈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관장으로서 첫발을 떼는 것. 이윤준은 “지금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이 선수를 지망하는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 됐으면 한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더라. 종합격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마니아들이 많은데, 모두가 함께 즐겁게 운동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MMA의 신념, 확신, 승리패턴 등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나만의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처에 계신 분들은 운동하러 오시고, 나도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가끔 (박)형근이 형을 대신해서 해설을 하고 있는데, 해설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해설자로서 꾸준히 인사드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