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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측면 수비수 최준(20·연세대)이 ‘크로스 달인’에서 해결사 구실까지 톡톡히 해냈다.
최준은 12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1983년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올랐던 대표팀은 그의 오른발 슛에 힘입어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행 기쁨을 누렸다.
최준은 원래 공격수였다. 울산현대의 유스팀인 현대고 시절 윙어로 뛰었다. 빠른 스피드와 돌파 그리고 크로스까지 윙어가 갖춰야 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연세대에 입학하면서 풀백으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연세대 축구부 최태호 코치는 “(최)준이는 스피드와 돌파력, 크로스 능력이 좋다. 그런데 팀에 풀백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른쪽 풀백을 맡게 됐다. 처음엔 내색하지 않았지만 본인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팀 사정을 얘기했고 결국 준이도 포지션 변경에 수긍했다”며 포지션 변경에 얽힌 뒷얘기를 들려줬다.
결과론이지만 포지션 변경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최준은 오른발잡이임에도 왼쪽 측면에 위치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오른쪽 풀백을 맡았지만 왼발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대표팀내 경쟁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측면 돌파 후 왼발로 접은 뒤 오른발로 올리는 크로스는 대표팀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일본과의 16강에서도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최 코치는 “왼발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왼쪽 측면을 맡아도 될 것 같다. 잘하고 있다”고 제자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정호진(20·고려대)과 함께 U-20 대표팀 ‘유이한’ 대학생 신분인 최준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해결사 구실도 척척이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는 기가 막힌 감아차기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39분 이강인이 세트피스 때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패스를 찔러넣자마자 스피드를 살려 상대 뒷공간으로 파고들면서 날린 오른발 슛이 그대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패스도 절묘했지만 최준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정확한 슛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장면이었다. 경기 후 최준은 “세트피스 직전 (이)강인이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눈을 보면서 공간도 같이 봤다. 전력분석을 할 때 에콰도르 선수들이 측면에서 좀처럼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인이가 패스를 기가 막히게 넣어줬다”고 모든 공을 막내 이강인에게 돌렸다. U-20 대표팀 경기를 모두 챙겨봤다는 최 코치는 “(최)준이가 감아차는 슛을 잘 하는데 자기가 잘하는 슛이 딱 나왔다. 이강인이 패스를 잘 넣어준 부분도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U-20 대표팀이 대회 전 목표로 했던 우승에 이제 딱 한경기가 남았다. 포지션 변경에도, 유이한 대학생 신분에도 최준은 주눅 들지 않고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최준은 “우승이 목표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진짜로 결승에 올랐다. 전부 열심히 뛰어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4강전에서도 이겼다. 대한민국은 끝까지 간다. 우리가 우승하겠다”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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