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성환과 두산 유희관은 빠른공이 아닌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투수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두 선수 모두 풀어야할 숙제가 있었다. 윤성환은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4경기 1승 3패에 방어율은 5.91로 부진했다. 유희관은 지난달 9일 삼성전에서 6.2이닝 8실점 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6경기에서 2승 2패에 방어율은 8.63이었다. 삼성을 상대로 흐트러진 매듭을 다시 조여야 했다.

[SS포토] 윤성환 '승리를 향한 역투'
[스포츠서울] 15일 대구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역투하고 있다. 2014. 6. 15.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윤성환,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는다

윤성환은 15일 대구 두산전 0-0으로 맞선 2회, 두산의 외국인 타자 칸투에게 113㎞짜리 커브를 던졌다. 직구와 30㎞ 가까이 속도차가 있는 낙차 큰 커브는 거의 전매특허다. 윤성환은 칸투를 상대로 방망이를 끌어내는 목적이 아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졌다. 타자 머리 위에서 뚝 떨어진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했다. 칸투는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의 느린 커브가 통타당해 펜스를 넘어가는 드문 경우였다. 윤성환은 4회엔 칸투와 홍성흔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다시 위기에 몰렸지만, 양의지를 2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7회엔 무사 2, 3루 상황이 찾아왔지만, 후속타자를 삼진 2개와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몸쪽과 바깥쪽 낮게 제구되는 묵직한 직구와 그 직구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주는 낙차큰 커브가 효과적이었다. 윤성환은 올시즌 처음 만난 두산을 상대로 7이닝 6안타 1홈런 1볼넷 3삼진 1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수확하며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 부진했던 과거를 깔끔하게 지워냈다. 이날 승리로 최근 6연승의 신바람도 냈다.

[SS포토] 유희관 '오늘은 승리를'
[스포츠서울] 15일 대구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2014. 6. 15.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흔들린 유희관, 바로잡을 여유를 안준 삼성

유희관은 투구 후 자꾸 모자를 떨어뜨렸다. 어딘가 밸런스가 완전하지는 않는 모양새였다. 유희관은 0-1로 뒤진 3회, 선두타자 박석민을 상대로 1,2루간 방향으로 향하는 내야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때도 그의 모자는 마운드 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1루쪽 내야땅볼이 나왔는데, 그는 1루 베이스커버를 하지 않고 자신의 모자를 줍고 있었다. 투수는 1루쪽 타구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려야 한다. 1루수가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1루 베이스를 비우기 때문이다. 다행이 1루수 칸투가 재빨리 1루 베이스를 직접 터치하며 주자를 아웃잡았지만, 유희관은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보였다.

이날 유희관의 전체적인 투구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다. 변화구와 직구는 홈플레이트 양쪽에 걸치듯이 들어갔다. 하지만 삼성타자들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반면 유희관은 심적으로 쫓기며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이날 삼성 채태인은 유희관의 몸쪽 아래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낮은 공을 잡아당겨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유희관에게 3안타를 뽑아낸 최형우 역시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부채살 안타행진을 펼치며 압박했다. 유희관은 지난 6경기 보다는 나은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결국 4.2이닝 7안타 1홈런 5볼넷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안아야 했고 지난달 삼성전 부터 꼬인 매듭을 풀 기회를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됐다.
대구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