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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예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종종 빗나가는 게 야구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의 적중률이 가장 낮은 종목 역시 야구다.
2019시즌 강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인 류현진은 예상을 깨고 1일(한국 시간)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에서 6이닝 3안타, 1볼넷, 1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방어율을 1.66으로 낮췄다. 상대 선발 허먼 마케스(10승5패 4.68)와 쿠어스 필드답지 않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맞서 승패는 가리지 못했다. 마케스는 7회 이닝에 들어가기 전 연습 투구 때 근육 경련을 일으켜 구원 투수로 교체됐다. 그 역시 6이닝 2안타 10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류현진의 투구수는 80개(스트라이크 51)에 불과했으나 페드로 바에스가 7회부터 마운드를 넘겨 받았다.
0-0의 투수전은 9회 초 콜로라도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1승5패)가 등판하면서 갈렸다. 다저스가 루키 포수 윌 스미스의 결승 3점 홈런과 최근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트레이드된 크리스토퍼 네그론의 2점포로 5-0 승리를 거뒀다. 원정 6연전을 4승2패로 마친 다저스는 2일부터 홈 10연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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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쿠어스 필드 방어율은 9.15였다. 6월29일 이곳에서 4이닝 9안타 시즌 최다 7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상대의 간판 놀란 아레나도는 구장을 떠나 아웃카운트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천적 관계다. 마케스는 7월16일 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2이닝 11실점으로 방어율이 5.12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그러나 두 선발은 예상을 뒤엎으며 일진일퇴의 투수전을 펼쳤다. 삼진 10개를 빼앗은 마케스는 시속 158㎞(99마일)의 강속구로 다저스 타자들을 헛스윙으로 솎아냈다. 슬라이더의 구속은 146㎞(91마일)로 류현진의 직구와 맞먹을 정도였다. 마케스가 파워로 다저스 타선을 돌려 세웠다면 류현진은 소프트하게 로키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류현진의 유일한 삼진은 6회 선두타자 찰리 블랙먼을 풀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직구로 잡은 것이다.
류현진과 처음 배터리를 이룬 스미스는 경기 후 “매우 쉬웠다. 류현진이 던지고 싶은대로 던졌고 나는 따라갔다”고 했으며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양쪽 코너워크 피칭이 너무 좋았다”고 평가했다. 스포츠네트 LA 스튜디오 해설자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는 “류현진은 모든 구종을 낮게 던졌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직구, 패스트볼 등 높은 볼이 없었다. 쿠어스 필드에서 보기드문 투수전을 펼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 쿠어스 필드와 아레나도 징크스 벗어나나류현진은 비록 12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13년 데뷔 후 쿠어스 필드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천적 아레나도도 3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어 예봉을 피했다. 아레나도는 9회 팀의 영패를 면하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도우미 우익수 코디 벨린저는 2사 2루서 찰리 블랙먼의 우전 안타 때 홈을 파고드는 주자 토니 월터스를 아웃시켜 류현진의 실점을 막았다. 벨린저는 9개의 보살로 리그 공동 선두다.
경기 후 류현진은 “그동안 쿠어스 필드에서는 좋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오늘은 선발 투수로서의 구실보다는 1이닝 1이닝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상대 타자들도 빠르게 공격해 도움이 됐다. 6이닝 피칭에 80개 투구도 적당했다. 계속해서 4일 휴식 후 던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며 흡족해 했다.
그동안 류현진을 괴롭혔던 아레나도와는 3타석에서 볼 5개 만에 승부를 끝냈다. 2구-초구-2구에 성급하게 승부한 배경에는 주자가 없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방어율을 1.66으로 낮춘 류현진의 사이영상을 향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