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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타디움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한 때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꼽혔던 LA 다저스 류현진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신체적인 이상일까, 아니면 체력저하에 의한 피로 누적일까?
류현진은 5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지구 라이벌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회 승리 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 7-3으로 앞선 상황에서 강판당했다. 앞선 3경기보다는 다소 나은 피칭을 선보였지만 8월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까지 보였던 위력적인 투구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4.1이닝 6안타 4볼넷 5삼진 3실점. 방어율은 2.45로 올랐다.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부터 콜로라도전까지 4경기에서 19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21실점을 했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상승세의 투수가 갑자기 대량 실점을 하게되면 코칭스태프는 팔꿈치와 어깨 테스트를 하게 된다. 이 때 동반되는 게 구속 저하다. 어깨 또는 팔꿈치에 염증이 생겨 구속이 떨어진다. 류현진의 구속에는 변화가 없다. 1회 포심 패스트볼이 시속 150㎞(93마일)로 측정됐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몸에 이상을 언급하지 않는 배경이다. 로버츠 감독은 부진의 요인으로 “커맨드가 실종됐다”면서 “몸에는 이상이 없고 잇단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음 일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류현진은 다저스의 선발 투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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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투구수를 바이블로 고려하면서 투구이닝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한다. 특히 전년도 투구이닝과 비교한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 이닝은 데뷔 첫 해인 2013년 192이닝이다. 현재 161.2이닝으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2018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101.1이닝을 던졌다. 전년도와 대비해 50이닝 이상을 던졌다. 코칭스태프는 부상 등으로 투구 이닝이 적었어도 전년도 대비 50이닝을 넘어 섰을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구속, 볼의 예리함 등을 전반적으로 체크한다. 류현진의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없다면 부진의 원인은 6년 만에 처음 밟아보는 긴 투구이닝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방송 KCAL의 찰리 스타인 캐스터는 경기 시작 때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 애리조나전(8월12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플레이오프 타임이 곧 다가온다”며 호투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따르지 못했다. 현재의 투구내용은 2017년 어깨 수술 후 복귀했을 때와 흡사하다. 볼이 예리하지 않아 타순이 두 번째, 세 번째 돌아올 때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전에도 그랬다. 애리조나전에서 1~3회까지 10타자를 상대로 1안타 3삼진을 기록했는데 타순이 두 번째 돈 4회에 4안타를 맞으며 4실점했다. 5회 세 번째 타석이 돌아왔을 때 5안타 3실점하고 교체됐다. 콜로라도전도 4회 두 번째 타석에 선 선두타자 놀란 아레나도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1사 후 찰리 블랙먼-아레나도-이언 데스몬드에게 3연속 안타를 얻어 맞고 KO됐다. 절묘한 코너워크 피칭과 예리한 변화구가 구사됐을 때의 8월12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의 류현진이 됐다.
류현진은 콜로라도전에 대비해 이례적으로 불펜피칭도 했다. 류현진은 “최근 동영상을 점검했는데 투구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털어놨다. 투구 밸런스 문제로 주무기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으면서 타자들과 두 번째, 세 번째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상승세에서 갑자기 이렇게 무너진 경우는 처음”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플레이오프 타임은 얼마남지 않았다.
한편 다저스는 작 피더슨의 2홈런 3타점 활약으로 콜로라도를 7-3으로 눌러 서부 지구 우승 매직넘버를 4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