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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의 민쏭 감독이 22일 호치민 탄롱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교류전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호치민 | 정다워기자

[호치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드론을 다 띄우네요. 한국에서도 거의 보기 힘든데.”

22일 베트남 호치민 탄롱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기흥FC·칸테라FC와 사이공 FC 유스 아카데미와의 MBC꿈나무축구재단 한국-베트남 교류전 시작 전 경기장 상공에 촬영용 무인항공기(드론)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사이공 측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해 향후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한 장치였다. 이를 본 기흥의 김명선 코치는 “한국에서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유소년 팀을 본 적은 없다. 흔치 않은데 베트남에서 볼 줄 몰랐다.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는 팀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이공은 호치민을 연고로 하는 유소년 아카데미로 현지에 200여 명의 수강생을 보유한 규모가 제법 큰 팀이다. 그렇다고 엘리트 선수들만 키우는 육성 기관은 아니다. 취미로 축구를 배우는 유소년도 있다. 이날 경기에도 취미반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런데도 첨단 장비를 투입해 경기 분석에 나섰다는 점에서 최근 베트남 축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축구 인프라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호앙 아인 잘라이 FC 같은 클럽은 연고지인 잘라이를 비롯한 전국의 유망주를 모아 축구를 가르쳤다. 2008년에는 베트남 총리였던 보반 키엣의 제안으로 축구전문학교인 PVF(Promotion Fund of Vietnamese Football Talents) 같은 팀이 생기기도 했다. PVF의 경우 최근에는 베트남 최고의 유소년 축구 기관으로 성장해 적수가 없는 팀이 됐다. 사실상의 베트남 연령대 대표팀 구실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팀은 PVF와의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하기도 했을 만큼 수준이 높다. 시설과 교육 시스템, 외국인 지도자의 수준이 모두 높아 실력 있는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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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베트남 호치민의 탄롱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교류전 경기를 드론 한 대가 촬영하고 있다. 호치민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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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FC와 사이공FC아카데미가 22일 베트남 호치민 탄롱스포츠센터에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호치민 | 정다워기자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박항서 열풍이다. 베트남은 최근 2년간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달성 등 연이어 잭팟이 터지면서 베트남은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축구를 하겠다는 유소년이 점점 늘어나는 도화선이 됐다. 사이공의 민쏭 감독은 “최근 1~2년 사이 수강생이 많이 늘어났다. 취미로 하려는 어린이들도 있고 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들도 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이 큰 성과를 이루면서 선수들도 엄청나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녀를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들은 주요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고 영웅 대접을 받는다.

축구를 하려는 인구가 증가하는 동시에 유소년 팀을 키우려는 기업들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팀뿐 아니라 일반 아카데미에서도 기업을 끼고 운영하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PVF의 경우 금융회사인 티엔탐펀드가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리조트 회사인 빈펄의 지분도 껴 있다. 수익을 내는 팀은 아닌데도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되는 형태다. 그 외에도 자금이 확보된 팀은 외국인 지도자를 고용하기도 한다. 한국인 지도자들도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의 축구 강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베트남도 조만간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현지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운영하는 김상식 KJFC 감독은 “확실히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유소년 축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돈이 투입되고 인원이 많아지고 있어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