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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인근 반포대로에서 시민들이 “조국 수호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언론개혁! 검찰개혁! 대한민국 만세!”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1일, 28일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주말 집회로 지난주보다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모여 ‘검찰 개혁’을 외쳤다.

집회 장소인 서초역 네거리 일대에서 시작해 교대역, 강남 터미널 부근까지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집회는 오후 6시부터 시작이지만 정오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주변 교통이 혼잡하고, 북적였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강릉,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많았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이 보였다. 이날 경찰은 지난주 주말 집회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88개 중대, 5000여명이 투입됐다.

행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으며 원동욱 동아대 교수, 소설가 이외수씨, 서기호 변호사 등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지식인들이 참여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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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는 평화적인 집회의 성격이 부각됐다. 자발적으로 대학생들이 집회에 나서 ‘검찰개혁을 해야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자리를 뜰 때 거리 주변 쓰레기를 각자 치우며 주변을 정리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또한 서초동 일대 곳곳이 수많은 사람들로 막혀있는 상황 속에서도 노인과 어린이 등이 지나갈 때는 길을 터주는 등 배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부 우리공화당 측 집회 참가자들이 조국을 지지하는 집회 장소로 자리를 옮겨 지나가는 시민들의 행렬을 막고, 욕설을 퍼붓는 등 방해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과민한 대응을 자제하고 조용히 피켓으로 응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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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은 태극기 퍼포먼스가 가장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촛불과 함께 앞면엔 태극문양, 뒷면엔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인쇄된 피켓을 들고 수차례 파도를 타며 서울 서초동 일대를 수놓았다. 태극기 피켓이 물결을 이루자 일부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주최 측인 범국민 시민연대는 이번에 새롭게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태극기부대가 태극기의 의미를 퇴색시켰는데 그 의미를 다시 되찾겠다는 의미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지난주와 비슷하게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행태를 규탄하고 검찰 개혁을 해야한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편향된 보도를 해온 일부 언론들이 지금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줄 것을 바란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화곡동에서 온 40대 주부 이영희(가명)씨는 “자식을 가진 학부모로서 조국 장관의 딸이 안쓰러워 나왔다”면서 “조국 장관이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아이를 학교 보낸 일을 가지고 문제라고 한다면 현재 대학간 모든 아이들의 졸업장을 다 취소시키고 고졸로 만들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씨는 이어 “제 아이도 고3인데, 현재 입시제도로 가장 피를 보고 있는 세대다. 정시는 30%, 수시는 70%로 편중된 현 입학제도 자체의 문제를 놓고 표창장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문제라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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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하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경기도 광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현철(60)씨는 “아직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의혹만 가지고 검찰, 언론에서는 (조 장관을) 범죄자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보도행태를 보면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것 마냥 호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언론은 단순히 검찰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정한 저널리즘에 입각해 확인된 사실, 또 검찰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등을 분석하는 기사를 많이 내야한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이어 “앞서 검찰은 조국 장관이 후보자인 시절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에 나섰다. 역대 장관 후보자나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해 의혹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전례가 없었다. 의혹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면 모든 장관후보자에 대해서도 해야는 것 아닌가. 이러한 것만 봐서도 충분히 검찰이 정치 개입을 했다고 볼수 밖에 없다. 여러 의혹들은 정치 영역에서 청문회 과정을 통해 국민이 판단할 문제지, 검찰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민재(26)씨는 “처음 주말집회 때는 3만명이 왔는데 언론에서 보도를 안했고, 지난주 200만명에 대해서도 진짜 모인 숫자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국민들에게 진짜 알려야할 사실은 진보, 보수집회가 참석했다는 식의 진영논리가 아니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목소리와 염원이 이 곳에 모여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최 측은 이번 집회에서부터는 참가자 숫자에 대한 대립구도가 펼쳐져 집회 의미가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 참가자들의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욱 많은 300만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는 오후 9시 20분께 마무리됐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