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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윤 와그트래블 대표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스마트폰이 만든 여러 변화들 중에서 여행업계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십수년 전에는 해외여행의 70% 이상이 패키지 관광이었다면 이제는 70% 이상이 자유여행이다.

기술의 발달로 6인치 스마트폰 하나로 숙소, 항공권을 검색하고 즉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여행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결제하고 일정을 짜는 것이 쉬워지면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자유여행이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 항공권·숙소 예약 쉬워졌는데...현지에서 뭐 하고 놀지?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마다 친구들이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요. 숙소는 정했고, 비행기표도 구했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후 근처 시티투어만 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깝잖아요. 멀리 해외까지 가서 특별한 기억을 못 만든다는 것이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와그(WAUG) 사무실에서 선우윤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자유여행 붐에 힘입어 자유여행에 도전하는 이들은 많아졌지만 현지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정보를 얻기는 여전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선우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시기는 온라인 여행사들이 경쟁하듯 최저가 항공권을 제시했고 아고다나 호텔스닷컴 같은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들은 숙박료 할인에 각종 적립금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던 시기였다.

선우 대표는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 숙소를 쉽게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뭐 하고 놀면 좋은지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자였던 선우 대표는 취재하듯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숙소나 항공권 등과 달리 액티비티 분야에서는 아직 톱 플레이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곤 2013년 8월, 기자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 사업 가능성 확인 후 기자 일 그만두고 창업한 승부사

선우 대표는 2년여 기간 동안 창업 멤버들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다가 2015년 1월 ‘와그트래블’을 설립했다. 회사명 ‘와그(WAUG)’는 ‘Where Are yoU Going?’의 준말이다. 흔히 친구들에게 여행간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어디 가?”라고 말하는 데서 착안했다. 와그 사용자들이 친구들에게 이색 여행 경험을 자랑할 수 있게끔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먼저 고민한 것은 현지에서 놀 것들을 이전보다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홈페이지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홈페이지가 없었어요. 앱 페이지라고 해야 할까, 이미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또 해외에서 PC를 사용하기 어려운 만큼 와그의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화면에서 100%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는 기본 화면 구성이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었지요.”

◇ 예약 후 2~3일 기다리고 바우처 출력? 와그에선 폰만 있으면 ‘OK’

선우 대표는 PC 웹 화면에서 예약하고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경쟁사 사이트들의 불편함을 파고들었다. 특히 2030세대는 훨씬 더 모바일 화면이 친숙한 세대다.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회사 로고에 강렬한 자주색에 그러데이션을 준 점 등 모든 시도가 타사보다 색달랐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파트너사들이 훨씬 많은 대형 여행사들과 경쟁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한 선우 대표는 와그 앱을 통해 ‘종이’를 없앴다.

보통 모바일이나 웹 화면에서 서비스를 예약하고 난 후, 예약 바우처를 프린트해 제출해야 했다. 이것 자체가 매우 번거로웠던 선우 대표는 파트너사를 설득, 앱 화면의 등록 코드 확인만으로 티켓 교환이 이뤄지도록 했다. 와그 앱 사용자들은 프린트가 필요 없었고, 바우처를 놓고 와서 낭패를 겪는 일이 없었다. 준비물은 오직 스마트폰 하나였고, 그것만 있으면 출국 전 공항에서 결제한 액티비티를 다음날 현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기존 3일 이상 소요되었던 예약 확정 시간을 API 연동 및 파트너 앱 배포를 통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와그의 이런 변화들에 투자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4월 LB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1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추가로 신용보증기금 퍼스트 펭귄기업에 선정돼 20억원을 확보, 총 250억원의 누적 투자액을 유치했다. 2016년 3월 서비스 론칭 이후 지금까지 40개월 동안 와그는 직원 100여 명을 둘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현재 와그는 전 세계 170여 도시에서 2만여 개의 액티비티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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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 오리지날 서비스 중 하나인 ‘와그 핑크 대만 예스진지 버스투어’.  제공 | 와그트래블

◇ 와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와그 오리지널’ 출시

와그는 올해 초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후 월평균 40만 건 이상의 결제가, 특히 해외 사용자에게서만 월 2000건 이상의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해외 결제 중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사용자가 80% 이상일 정도로 특히 동남아시아 사용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와그는 일본과 싱가포르에는 지사를 설립하고 보다 다양한 액티비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공개하며 등장한 수많은 벤처·스타트업들도 회사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 점차 관료화되곤 한다. 그래서 선우 대표는 직원들에게 스타트업 정신을 유지하며 임직원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불편한 존칭과 결재라인을 없애고 아이디어의 상품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탄생한 와그의 히트상품이 ‘와그 오리지널(WAUG ORIGINALS)’이다.

와그 오리지널은 기존 여행사 상품이 아닌, 와그가 직접 개발한 액티비티 상품이다.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지만 여행사들의 신상품들이 이를 따라가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이에 와그는 직접 국내외 유명 관광지와 액티비티를 엄선해 오직 와그에서만 즐길 수 있는, 혹은 와그에서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와그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제주 핑크버스를 시작으로 괌, 대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와그의 핑크 컬러로 랩핑된 버스가 와그 오리지널 액티비티 이용자들을 태우고 도로를 누빈다. 버스 전체를 핑크색으로 치장했으니 투어 버스 운행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선우 대표는 “이제 괌이나 대만에서도 제법 많은 와그 오리지널 핑크 버스가 다닌다”며 “현지에서 며칠간 머무르는 동안 몇 번씩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와그는 우의, 귀마개, 에코백, 트래블 어댑터 등으로 구성된 여행용품 세트를 기획했고, 현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현지 유심을 구입할 수 있는 와그 트래블 유심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해외 유심 구매자들이 심 카드를 바꿔 끼워 보관하는 도중 국내 유심을 분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유심 보관이 가능한 해외 유심 및 케이스 ‘와그 블랙 유심’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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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윤 와그트래블 대표

◇ “보다 전문적인 액티비티 개발해 50대까지 사용자 확대할 것”

이렇게 여행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빠르게 상품화하고 있는 와그지만 선우 대표는 숙소나 항공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선우 대표는 “항공이나 숙박은 이미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선점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출혈하는 것보다 아직 산업 초창기인 액티비티 분야를 더욱 고도화해 액티비티 분야 1위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선우 대표가 고민하는 부분은 주 이용자층이 20~30대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40대도, 50대도 여행을 많이 다닌다. 그들이 원하는 액티비티까지 추가함으로써 와그 사용자를 단번에 50대까지 확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그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젊은이들은 욕구가 강하고, 스스로 원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나이대가 많은 분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액티비티도 보다 전문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큽니다. 가령 알래스카에서의 낚시, 하와이에서의 골프 투어 같은 것처럼요. 스쿠버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이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어려운 이색 체험을 원하는 분들, 국내보다 더 큰 무대에서 액티비티를 체험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향후 와그가 만나기를 희망하는 고객들입니다.”

선우 대표는 아직도 많은 액티비티들이 온라인화되지 않아 오프라인에서만 서비스 정보를 얻거나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와그의 서비스, 와그 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기 원하잖아요.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성장하고요. 당장 와그 앱을 설치하세요. 그 경험을 보다 쉽게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와그입니다. 여러분의 ‘Where Are yoU Going?’이 와그입니다.”

part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