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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조직은 예민하고 까탈스럽다.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가 나고 더 나아가 그게 두패로 나눠져 갈등의 파고가 높아진다면 정말 낭패다. 한국 체육을 이끄는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꼭 그 짝이다. 최근 단행된 대한체육회의 인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직이 처한 상황과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인사는 체육단체 통합의 후유증이 심화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인사는 결국 자리에 합당한 인물을 적재적재소에 배치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건만 이번 인사는 그러한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조직문화 역시 갈등을 찾아보기 힘들고 조화로움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체육회의 심화되고 있는 갈등의 원인은 자명하다. 바로 2016년 단행된 체육단체 통합의 극심한 후유증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통합 후유증이 내부 갈등의 원인으로 모아지는 건 그동안 갈등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결정적 증거일 수 있다. 체육회 내부에서 통합 후유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집중해야할 체육개혁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띠고 있어 자못 걱정이다.
지난 2016년 단행된 체육단체 통합은 체육계 스스로가 택한 결정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잡고 주도한 톱 다운 방식의 정책 결정의 산물이다. 체육단체 통합과정에서 정부 측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우격다짐식 밀어붙이기로 체육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고,급기야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정책 결정의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전락했던 게 사실이다. 전통의 역사는 차치하고서라도 조직의 역량과 예산 등에서 월등했던 대한체육회가 통합의 또 다른 주체인 국민생활체육회(국생체)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너무나도 컸다. 그러나 조직원의 숫자에서도 4분의 1에 불과했던 국생체는 대한체육회와 1대 1로 통합했다. 이후 국생체 직원들은 객관성을 상실한 정부의 도움을 등에 업고 통합체육회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며 새롭게 출발했다.
이기흥 회장이 통합 체육회장에 오른 뒤,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점쳐졌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와 엘리트체육의 대변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 회장이 외부 개방직으로 뽑은 두 명의 대한체육회 전직 선배들이 절차적 정당성 등에서 후배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급기야 코너에 몰린 그들은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해 오히려 국생체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내부 갈등을 더욱 키웠다.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적자(嫡子)인 대한체육회 출신 직원들은 극도의 상실감과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열정과 충성심이라는 내부 동력을 스스로 끊는 길을 택했다. 국생체 출신들은 살아남기 위해 현실이라는 동아줄을 움켜 잡았다. 위쪽의 지시라면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영혼없는 직원’이 되기를 자처했다. 적자(嫡子)와 서자(庶子)가 뒤바뀌는 기현상이 대한체육회에 일어났다. 그렇다고 서자만 중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함량미달의 대한체육회 출신 직원들이 능력이 아닌 서열에 따라 요직에 앉는 일도 생겨났다. 이게 바로 꼬일대로 꼬인 대한체육회 인사난맥상의 숨어 있는 진실이다.
대한체육회가 통합 후유증으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재한 건 뼈 아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다. 조직을 젊게 하는 방법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과거의 기억과 상처로부터 자유롭거나 아니면 그 상흔(傷痕)이 덜한 젊은 피를 과감하게 수혈해야 하는데…. 통합이후 내부 갈등으로 갈짓자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앞날이 걱정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