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청순 가련한 이미지의 배우 손예진(32)은 잠시 잊어야 할 것 같다.

멜로의 여왕 손예진이 오는 8월 6일 개봉하는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액션연기에 도전해 여장부다운 매력을 과시한다.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의 바다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해적’에서 해적단의 여두목 여월 역으로 열연했다. 화려한 검술에 줄을 타고 날아다니며 9m높이에서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한겨울 추위속에 길고 구불구불한 수로를 놀이공원 ‘후룸라이드’처럼 타고 누비는 등 몸사리지 않는 액션투혼을 발휘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남길과 잇단 출연, “걱정됐지만 여자 해적 놓치기 아까웠다”
지난해 KBS2 드라마 ‘상어’ 종영 직후 ‘해적’ 촬영에 들어갔다. 손예진은 “(김)남길 오빠가 먼저 ‘해적’을 선택했다. 이렇게 큰 대작에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할 텐데 드라마에서 이미 해본 우리가 잇달아 같이 하는 게 새로울까, 재미없지 않을까 하고 마지막까지 굉장히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제작자들이 ‘너무 다른 이야기고, 찍고 나면 시간도 흘러 괜찮다’며 개의치 않더라. 캐릭터, 이야기가 갖고 있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놓치기 아까웠다. 여자 해적을 앞으로도 못만날 거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전작에서 함께한 김남길과 ‘해적’에서 호흡이 척척 맞아 관객들에게 묘한 설렘과 웃음을 선사한다. 극 중 산적을 이끄는 장사정 역의 김남길과 해적단의 손예진이 고래를 쫓는 과정에서 둘의 손목이 수갑에 묶인 채 동굴에서 같이 잠을 자거나 나란히 서서 바닷물에 ‘소변’을 보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

손예진은 “후반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는데 처음 하는 배우랑 초반에 했으면 웃음이 안 났을 것 같다. 둘이서 같이 연기를 해봐서 웃기려고 뭔가를 하지 않아도 웃겼다. 시나리오에 워낙 빵빵 터지는 장면이 많고 철봉 역의 유해진 선배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웃기고 산적팀도 절묘한 타이밍에서 애드리브를 구사해 더욱 풍성한 재미를 안기니까 우리까지 웃겨보려고 작정했으면 안웃겼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첫 액션연기에다 2002년 영화 ‘취화선’, SBS 드라마 ‘대망’ 이후 12년 만의 사극출연이었다. “오래전에 사극을 하고 그동안 거의 안 한 것 같다. ‘취화선’때 가체 쓰고 한복을 입으며 사극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아 이후에는 웬만하는 사극을 안해야겠다 싶었다. ‘해적’은 사극인데다 여자 해적이어서 모든 게 새로웠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표정, 말투, 몸짓 하나도 써먹을 게 없어서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액션연기에 대해서도 “너무 힘들었다”며 “이 겨울에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싶었다. 거의 야외촬영인데다 짐벌위에 배를 얹어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 강풍기까지 틀어 살을 에는 추위에서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액션을 해야 해서 근육이 항상 아팠고 담도 많이 왔다. 3분의 2를 찍을때까지는 ‘앞으로 액션을 안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끝날 때쯤 되니까 액션의 묘미가 있더라. 예전에 어려웠던 동작이 쉬워지고 어설펐던 동작이 멋있게 나올 때 또 한번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해적 우두머리 소마 역의 이경영과 팽팽하게 고난도 액션을 펼쳤다. 손예진의 첫 액션신에서 이경영은 장칼, 손예진은 싸우다 칼이 날라가 연검을 이용했다. “여월이 해적이어도 여자니까 힘에선 소마에게 밀릴 거여서 날렵한 동작으로 연검으로 공격과 동시에 방어를 하고 소마가 힘으로 장칼을 들어올릴 때 여월은 빠르게 공격하는 느낌을 살리려했다.”

처음으로 액션 합을 맞춰 서로 상대를 다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신의 대역배우가 얼굴 눈썹쪽이 찢어졌다. 손예진은 “액션은 순식간에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다치면 다음 촬영 스케줄에 차질을 줄까봐 두려움이 생겼다. 멋있어야 해서 어설프게 세게 힘을 줬다간 남을 다치게 하는 것 같아 힘을 빼고 액션을 해야 하는데 손에만 힘이 들어가 손목이 계속 아팠다”고 말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외모를 내려놔 편했다
영화 ‘타워’ 촬영을 “목숨 걸고 했다”고 밝힌 손예진은 “이번이 더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당시는 얼굴에 먹칠하고 불을 끄러 다녀도 실내 세트에서 찍어서 촬영이 끝나면 술 한잔이라도 할 여유가 있었지만 ‘해적’은 촬영이 끝나자 마자 따뜻한 물에 몸을 씻어 아픈 근육을 풀어주기 바빴다.

“산적들은 많이 모였는데 해적들은 거의 못모였다. 최대한 감기에 안걸리려 조심하고 근육이완제를 항상 갖고 다녔다. 실외에서 촬영하다보니 항상 몸이 얼어있어 큰 고무대야를 준비해서 촬영하자 마자 대야에서 몸을 녹였다. 나의 여름과 겨울은 촬영장에 있나 없나에 따라 혹독한 계절이 되곤 한다.”

여월은 해적단 두목으로 묵직하면서도 의리있는 인물이어서 미모보다는 무게감과 카리스마가 중요했다. 손예진은 “여배우는 사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쓰인다. 피부, 얼굴각도, 조명까지 모든 걸 다 신경써야 하지만 우리 영화는 신경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려놓게 되니까 편하더라. 너무 정신이 없었고 얼굴이 얼어있기도 했고 아침에 좀 붓기도 했지만 신경 못쓰고 찍었다. 원래 아침에는 굳이 타이트한 클로즈업을 잘 찍지 않는데 우리는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카메라 3대로 찍고 조명이나 반사판도 없었다. 너무 이상하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는데 후반작업을 잘 만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여월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인물이 아니다. 해적과 산적이 각자의 역할이 있고 나는 여해적으로서 묵직함이 있다. 코믹한 요소가 워낙 많지만 나는 정의롭게 무게중심을 잡는 입장이어서 내 역할을 다했다고 관객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우리 영화는 재미있게 웃으면서 볼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처음 액션을 해서 멋지게 보이고 싶어 멋지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설리 “귀엽고 순수한 친구. 활동중단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극 중 해적단의 막내 흑묘 역의 설리와 함께했다. 손예진은 설리에 대해 “귀엽고 순수하며 밝은 친구더라. ‘해적’을 하면서 배역 때문에 여러 가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촬영때 위치도 어디에 서야 할 지, 카메라도 풀샷, 타이트샷을 찍고 빨리 진행해야 해서 당황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로 정신없는 현장에서 선배들을 잘 따라와줬다. 또 흑묘가 통통 튀어야 하는 캐릭터인데 여우처럼 ‘내 걸 해야지’하는 성격도 아니더라. 설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게 있을 때 ‘정신차리라’고 하면 잘 따라하더라”고 대견해했다.

이어 “은근히 어른스러우면서도 그 나이 또래의 순수함과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이 있는 친구다. 너무 어릴 때부터 활동하며 아역배우를 하고 숙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예쁜 아이돌가수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초등학교때 숙소에서 일어나 혼자 있으면 무서웠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짠하더라. 설리가 나이차가 많은 어린 동생도 많이 예뻐한다. 밖에서 설리랑 밥도 한번 먹었다. 연예계 활동중단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겉으로 보여주지 않는 뭔가가 심했겠다 싶다. 아이구”하며 안타까워했다.

손예진
영화 ‘해적’의 배우 손예진.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웃음 하나는 확실. 멜로연기에 목마르다
그동안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타워’ 등의 흥행을 이끌며 손익분기점을 넘겨 ‘홈런’은 아니어도 ‘타율’ 만큼은 최고였다.손예진은 ‘해적’의 흥행에 대해 “대작이니까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한다. 다른 작품들과 우리 영화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웃음 하나는 확실하게 갖고 있어서 관객들이 너무 시원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래를 비롯해 대부분의 바다 장면 등 전체의 절반 이상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됐지만 ‘타워’때 연기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가슴에 큼직한 다이아몬드 옷핀을 단 아찔한 드레스 자태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원래 여성스러운 느낌의 의상을 항상 입었고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해적’ 개봉을 앞두고 홍보하는 시점이어서 좀더 시크한 느낌에 섹시함이 가미된 콘셉트를 잡았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멜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그는 “배우한테는 항상 로망이면서 하고 싶은 게 멜로아닌가. 남자 배우들도 말랑말랑한 멜로를 하고 싶어하더라. 그런데 요즘 멜로 시나리오가 별로 없어 아직 못찾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