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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착한 예능’을 보면 이들이 있다. 요리사업가 백종원, 동물조련사 강형욱, 역사강사 설민석이 그 주인공. 예능에서 자신들의 내공깊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연예인 못지않은 선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이들이다.
백종원과 강형욱은 각각 SBS ‘골목식당’과 KBS2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을 통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는 ‘솔루션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문제를 가진 의뢰인을 찾아가 때로는 적절한 사이다 조언으로 때로는 진한 공감으로 솔루션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골목식당’은 무너져가는 전국의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맞춤 솔루션 프로그램.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손님이 없어 막막하던 골목식당들은 요식업계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을 만나 변화하기 시작한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대박이 나는 레시피가 아닌 장사의 원리, 즉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백종원 특유의 직설화법과 가차없는 평가는 초심을 잃거나 고집만 부리던 골목 사장들을 변화시킨다. 이에 힘입어 2년 넘게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타다 10%의 벽도 넘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으로 골목상권 자영업자 살리기는 물론, 지난해 말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맛남의 광장’으로 지역 특산물의 소비 촉진도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백종원의 부탁에 강원 강릉 못난이 감자에 이어 이번에는 전남 해남 왕고구마 450톤 판로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 농가를 돕겠다는 선한 의지의 상생 프로젝트로 시작한 ‘맛남의 광장’은 호평 속에 꾸준히 고정 시청층을 유입 중이다.
강형욱은 ‘개훌륭’을 통해 ‘반려동물계의 백종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개훌륭’은 이경규와 이유비, 그리고 훈련사 강형욱이 함께 반려견 때문에 속앓이하는 가정을 찾아가 원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반려견 예능 콘텐츠다. 1%대 시청률로 출발한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9%까지 꾸준히 오르며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편성 시간대 조정으로 시청률에 타격을 입었지만 반려인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으며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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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은 예능 시장에서 외면받던 역사 소재를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고 온 주역이기도 하다. 유명한 ‘족집게 강사’답게,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해 역사에 관심 없던 이들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설민석의 강점이다. 지난해 8월 시즌3로 돌아온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이하 선녀들)은 설민석을 중심으로 전현무, 유병재, 김종민과 함께 발로 뛰는 역사 여행을 통해 지나간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한동안 꾸준히 시청률 상승을 보이다 지난 19일,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4.19 특집’을 통해 6.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의미까지 잡았다.
이제 방송계에선 예능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세 사람이다. ‘골목식당’과 ‘개훌륭’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검증이 어려워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하고, 설민석의 역사 해석은 ‘국뽕’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능 출연에 보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은 건 솔루션이나 정보, 그 이상을 전하려는 이들의 진심이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가게 사장님들이 솔루션 전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마음이 다쳤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하고 오랜만에 소식을 접한 사장님의 암투병 소식에 마음 아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늘 베테랑 훈련사로서 활약을 보였던 강형욱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다올이’의 영정사 제안에 “저도 그냥 개 키우는 사람이에요”라며 반려견과 이별을 준비하는 보호자로서의 아픔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설민석 역시 방송 외에도 다양한 역사 강의를 통한 재능 기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 예능 PD는 “‘골목식당’과 ‘개훌륭’은 백종원과 강형욱으로 인해 의뢰인들의 고민이 해결되는 과정이 가시적으로 보여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강형욱은 방송 외적으로도 의뢰인의 집을 꾸준히 찾아가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며 “또 감동과 의미, 재미를 모두 챙겨야하는 역사 예능의 어려움 속에서 ‘선녀들’이 보여주고 있는 상승세는 곧 설민석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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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 김도훈, 박진업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BS2, S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