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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욕인 듯 욕이 아닌 ‘시벨롬’에 발끈한 송승헌과 ‘백전백승’ 키보드 워리어 서지혜가 이메일로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인 가운데, 우럭 광어 노니는 수산시장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쌍욕을 주고받은 사이임을 전혀 모른채 서로 달달한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의 두번째 저녁식사가 예고되며 다음 회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26일 방송된 MBC‘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는 두 사람의 첫 ‘저녁식사’가 이뤄졌다. 앞서 방송에서 김해경(송승헌 분)은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다 남자친구와 이별 후 홀로 남은 우도희(서지혜 분)와 제주에서 첫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배가 고팠던 두 사람은 가까운 푸드트럭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했다.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몰랐던 둘은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대화를 나눴다.
도희는 “오늘 무척 스페셜하고 생지옥같은 날인데, 덕분에 적당히 이상한 날로 마무리됐다”라고 고마워했고, 해경은 “그쪽이 불쌍해서 온 건 아니다. 그저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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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밥을 먹으려고 했다고 했지만 해경에게 밥은 특별한 의미였다. 헤어진 여자친구 노을(손나은 분)에게 해경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랑 밥을 먹는다면 그건 그 사람 편이 되고 싶어서다. 밥먹는건 내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최고로 이타적인 행위다”라고 말했었기 때문.
폭풍같은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은 인근의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피곤해서 누웠던 해경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이별의 충격이 뒤늦게 찾아온 도희가 샴페인 한 병을 들이켜고 물 빠진 수영장에서 접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해경은 ‘쿵’하는 소리에 결국 도희를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수영장 바닥에 쓰러져있던 도희는 “이 수영장… 물이 차 있는 상태에서 이러고 있으면 난 죽은 거겠죠? 물이 없는데도 왜 자꾸 죽은 것처럼 숨이 막히죠. 물에 잠긴 것처럼”이라며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아무렇지 않은 것같던 도희의 눈물에 해경은 “그럼 억지로라도 숨을 쉬어요. 그래야 상처가 느껴지고 빨리 아문다. 그러다 보면은 그 상처가 퇴화되서 아가미로 변할 거다”라고 위로했다.
아침에 일어난 해경은 도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혼자 등과 팔을 쓸어 엄지손가락을 따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희는 자기 때문에 물에 빠지고, 머리가 깨지고, 비행기표도 날리는 등 고생한 해경에게 “너무 신세를 많이 졌다. 서울 가서 저녁 한번 사고 싶다. 남녀관계로 타진하고 질척거리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절할 핑계를 궁리하던 해경은 때마침 도착한 콜택시에서 흘러 나오던 음악을 듣더니 “태진아의 신곡이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면 대동수산에서 오후 8시에 만나자”라고 말했다.
도희는 “보지 말자는 얘기를 그렇게 쓸데없이 창의적으로 해? 기분 더럽게시리”라면서 분노했지만, 거짓말같은 이 약속은 며칠 뒤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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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폭행과 욕설이 난무한 인터넷방송 때문에 경고장을 받은 남아영(예지원 분)은 사고를 치고 제주도에 다녀온 도희를 호출했다.
아영은 “요즘 공중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섭외 1순위인 사람이 있다. 정신과의사 김해경. ‘학주동 히어로’ 바로 이 사람이야. 게다가 얼굴도 장난 아니래. 팟캐스트를 몇 번 했는데 말발도 예술이라고 그러더라고. 이 사람 꼭 잡아와”라고 지시했다.
‘학주동 히어로’는 앞서 정신과병동을 탈출한 환자를 한 남성이 오토바이로 추격해 잡아낸 사건으로 관련 영상의 주인공이 바로 김해경이었던 것.
한편 도희가 보낸 ‘2N BOX’의 섭외소식을 들은 해경은 단칼에 거절했다. 해경의 비서 겸 간호사 이병진(김서경 분)에게 전화했다가 “저희 박사님, 그런데 안 나간다”며 재차 거절 당하자 승부욕이 발동한 도희는 신경을 긁는 메일로 해경을 도발했다.
도희는 “매너가 좋은 분이라 들었는데 실망이다. 그냥 소문이었나보다.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추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메일로 상대를 링 위에 불러들인다.
‘읽씹’을 하려다 자리에 앉은 해경은 “우 PD에 대한 내 예상이 적중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없고, 일을 대하는 태도도 함량미달에 PD님 자체가 총체적 난국 같다. 귀하가 만든 저급한 프로그램 처럼 말이다”라며 반박했다.
분노한 도희는 ‘시벨놈’이라는 누가 봐도 욕같은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눈에 쌍심지를 켠 해경은 “아, 욕 아니다. 시벨롬(si bel homme), 프랑스어로 ‘잘생긴 남자’라는 뜻이다. 박사님께서 미남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서. 이제 정말 연락 접겠다. 행복하세요 시벨놈~”이라는 글을 읽고 헛웃음을 지었다.
해경은 도희에게 “짧은 시간 PD님을 분석한 결과 귀하는 강박장애 분노장애 등이 보여진다. 인근 정신의학과 방문을 강력히 권해드린다”라는 메일을 보냈고, 도희는 “당신 나와. 전번 까고 통화하고 얼굴이나 보자. 시벨롬”이라며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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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밸롬이 그 시밸롬이 아닌 것 같은데”라며 주먹을 움켜쥔 해경과 졸지에 ‘광년’이 된 도희는 서로의 직장 주소를 확인하고 ‘현피’를 뜨기위해 차량을 질주한다.
스쳐도 중상을 입을 것같은 팽팽한 분노가 서로를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해커의 공격으로 여러 아이돌 음원이 공격받으면서 어부지리로 태진아의 노래가 정말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
속보에 눈이 휘둥그레진 두 사람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싸움을 잠시 접고, 제주에서 스쳤던 인연을 떠올렸다. 도희는 “고난도로 거절한 건데 진짜로 가면 너무 쪽팔린거 아닐까”라고 고민했지만, 우연한 접촉사고로 진짜 태진아를 마주친 뒤 마음을 돌렸다.
이후 문제의 대동수산에서 싱싱한 활어를 바라보며 미소짓던 도희는 거짓말처럼 인파 속에서 등장한 해경과 눈이 마주쳤고, ‘세상에’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