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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 업무지원단 소속 일부 직원들이 건물이 낙후돼 사무실 누수는 물론 이로 인한 곰팡이 등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곳 직원들은 곰팡이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 건강악화를 호소하며 수년째 사측에 사무실 이전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KT 업무지원단 소속이다. KT 업무지원단은 지난 2014년 KT가 8304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이를 거부한 직원들을 따로 모아놓은 조직이다. 그동안 KT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폭언·차별·집단 괴롭힘 등이 자행됐다는 증언도 수차례 제기됐다. 현재 이들 업무지원단은 고객의 중고 모뎀 회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낙후된 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KT 업무지원단 소속이다. 직원들은 “이런 사무실에서 업무지원단 직원들만 근무하라는 것도 회사가 여전히 차별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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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누수에 곰팡이, 쥐와도 동거
2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KT경기중앙빌딩’을 찾았다. 이 빌딩은 KT소유로 1965년 준공된 약 55년이 지난 건물이다. 낙후된 탓인지 세입자도 없는 건물에 유일하게 KT 경기지원 1팀 직원 6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날 만난 KT 업무지원단 경기지원 1팀 소속 직원들은 “아주 심각하다. 곰팡이 냄새에, 쥐도 돌아다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석훈 경기지원 1팀 조장은 “4층 건물인데 사무실은 3층이다. 비가 오나, 안 오나 3층으로 물이 새 4층에 올라가 봤더니 옥상에서 스며든 물이 4층에 떨어져 물통을 놓고 누수되는 물을 받고 있었다”면서 “누수로 인해 콘크리트 벽마저 부식이 심하고 건물 전체에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다. 다른 직원은 호흡기 질환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런 비정상적인 건물에서 6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6~7년 전부터 세입자도 없이 완전히 비어있는 건물인데 유지·보수도 하지 않은 건물에 업무지원단 직원들이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건물은 너무 오래돼 매각이나 리모델링도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곰팡이 등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지원 1팀 소속 직원 A씨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4년 전부터 고려대병원에 다니며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며칠 전 곰팡이, 콘크리트 등 냄새가 심각해 상사인 조영준 경기지원 1팀장에게 곰팡이를 마시면 직원들 폐질환에 걸릴 수 있으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건의했더니 웃으면서 ‘산재 처리하면 된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화가 나서 항의하자 다음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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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째 사무실 이전 요구했지만 ‘묵살’
이들 직원들은 “사측에 사무실 이전을 수 년째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조장은 “직원이 수십, 수백 명 있는 것도 아니다. 팀장을 포함해 겨우 6명인데 옮길 사무실이 없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의정부에 경기지원 11팀도 있는데 그 건물에 비어 있는 사무실이 있다. 그 곳으로 옮겨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곳엔 경기지원 11팀이 있기 때문에 이전할 수 없다는 답변만 늘어놨다”고 토로했다.
오 조장은 회사의 이 같은 대응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업무지원단에 대한 차별적 대우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그는 “대략 6~7년 전부터 완전히 비어 있는 건물에 유지, 보수도 하지 않은 채 업무지원단 직원들을 데려다 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대우가 일반 직원과 업무지원단 직원에 대한 차별이 아니고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측에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오후 5시를 넘기도록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