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2타점 적시타 러셀, 김하성 보며 주먹 불끈!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키움 러셀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경기 9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2루의 김하성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It was a good day(좋은 하루였다).”

9개월 만에 밟은 1군 그라운드. 새 얼굴 에디슨 러셀(26·키움)에겐 그저 ‘좋았던 하루’였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2타점)로 만점짜리 활약을 하며 화끈한 신고식을 마쳤다. “공백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던 사령탑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활약이다.

러셀의 마지막 프로 무대 경기는 2019년 9월 29일 세인트루이스전. 지난 8일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러셀은 25~26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두 차례 출전하긴 했으나, 1군 프로 무대에 오른 건 무려 303일 만이다. 경기 전 키움 손혁 감독이 가장 우려했던 것도 이러한 ‘공백기’에서 비롯됐다. 이날 사전 인터뷰에서 “9개월 만에 실전 경기라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스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수차례 뱉으며 러셀의 적응을 불안 요소로 꼽기도 했다.

303일간의 공백을 채우는 덴 단 ‘6이닝’만 필요했다. 이날 유격수 및 3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러셀은 4회까지는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주어진 역할만 했다. 수비에선 쉬운 땅볼을 어렵지 않게 처리했고, 첫 타석에선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좌익수 플라이 아웃,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앞 땅볼로 물러섰다.

[포토]성공적 데뷔전 러셀, 인사는 이렇게...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키움 러셀(가운데)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경기에서 두산에 승리한 뒤 동료들을 따라 고개숙여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렇게 ‘현역 메이저리거’의 KBO리그 탐색은 끝났다. 6회초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러셀은 알칸타라의 151㎞짜리 패스트볼에 어렵지 않게 배트를 휘둘렀고,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감을 잡으니, 이후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2-3으로 끌려가던 9회초 1사 만루 상황 러셀은 이형범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역전을 끌어냈고, 박동원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더해져 키움도 6-2로 승리를 거뒀다. 공백기로 인한 실수와 결점은 찾아볼 수 없었던 완벽 데뷔전이다.

단 6이닝 만에 키움과 KBO리그에 적응을 끝낸 셈이다. 이날 경기 후 러셀은 “내 임무는 내 할 일만 하는 거다. 다행히 키움 내야도 탄탄하고 포수도 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여기에 잘 녹아들어 2루수와 유격수 역할을 잘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구’를 벗어나 키움이라는 팀 자체에 녹아드는 과정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이날 경기전 박병호와 얘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에 대해 러셀은 “리그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루틴이나 사소한 부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나의 ‘형님’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데뷔전에서 승리했고 기대보다 잘한 것 같다”던 특급 외국인 선수의 적응기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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