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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수에뇨339에서 이색 드로잉 퍼포먼스가 열렸다. ‘나뭇잎일기’의 허윤희 작가가 개인전 ‘사라져가다’전을 개최하면서 준비한 벽화 드로잉 프로젝트다.

허윤희 작가는 공간의 대형 벽면에 사다리를 세워놓고 무려 4시간 동안 목탄으로 사라져가는 빙하와 도시를 드로잉 했다. 작가의 가뿐 호흡만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하나씩 탄생하는 이미지를 보면서 파괴돼가는 자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산책길에서 보는 나뭇잎을 드로잉하는 ‘나뭇잎일기’로 주목받아온 허윤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에 의해 파괴돼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해 고찰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허윤희 작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환경 위기가 더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피부 가까이 온 것을 느꼈다. 빙하가 2030년이면 녹는다는 기사를 봤다. 기후 위기가 가까이 왔는데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절박하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작업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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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그동안에도 꾸준히 자연과 환경에 대해 시선을 뒀던 작가는 한 달에 한 번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멸종위기 식물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더욱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을 통해 멸종위기 식물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작업을 통해 위기의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졌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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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작가가 벽화 드로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공|수에뇨339

“빙하가 사라지면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동식물이 죽어가면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런 걸 알게 되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이전에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험에서 오는 생각들을 이야기했다면 점점 자연과 공동체의 삶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예술과 삶은 맞닿아있는 것이기에 이런 생각들이 작품으로 나오고 있다.”

드로잉 퍼포먼스로 그린 벽화는 지우기 퍼포먼스로 마무리된다. 13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되는 지우기 퍼포먼스는 ‘사라져간다’전에 걸맞는 퍼포먼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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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식물 드로잉. 제공|수에뇨339

허윤희 작가는 “벽화를 지우는 퍼포먼스를 통해 소멸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도 생명으로 태어나서 잠깐 살다가 가면서 순환된다. 식물, 동물, 인간 등 모든 생명이 공생하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살아가는데 무엇이 소중할까, 더 많이 소유하고 누리려는 마음을 잠시 멈추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