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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ery beyond’전 전경.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숲속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가 여기저기 서있고, 나뭇가지에는 새도 앉아있다. 산사에 서있을법한 동자승과 연꽃도 자리를 잡았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누릴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정채희 작가가 칠화를 바탕으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개인전 ‘The scenery beyond’전을 갤러리내일에서 6일까지 연다.

정채희 작가는 2001년 중국 중앙미술학원 석사 졸업전시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칠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다양하게 변화를 거듭해온 주제의 작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통 옻칠기법으로 작업한 연 작업부터 최근 사과와 옻칠을 결합한 사진작업까지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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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을 한 나뭇가지가 이채롭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옻칠화는 칠하고, 붙이고, 갈아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수많은 공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작과 대작이 쉽지않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옻칠화를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 정채희 작가는 “무엇보다 옻칠이 가진 조형적인 가능성에 매료됐다. 또 작업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덕목인 수행과 같은 인내, 작업 결과에서의 편법이 통하지 않는 정직성도 좋다. 옻칠 작업은 천연재료를 다루는 일이므로 자신이 행한 만큼만의 결과로 보여진다. 과정상 한 치의 오차도 용납 되지 않는 정확함이 요구되는데 작업하는 매 순간 집중해 비로소 옻칠 최고의 경지인 현묘한 이치를 표현해 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채희-옻 사과 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 69x74cm2019
정채희, 옻 사과, 판화지에 피그먼트 프린트, 69x74㎝, 2019

전통옻칠의 기법은 유지하되 표현과 방식에서는 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다. 산책길에서 주워온 나뭇가지에 옻칠을 한 작업으로 전시장을 마치 숲속처럼 만든 것에서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사과에 옻칠을 한 ‘옻 사과’ 시리즈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채로운 컬러의 사과가 마치 오래된 행성처럼 느껴진다.

정채희 작가는 “최근에는 옻칠 작업에 다양한 장르와 재료들을 접목해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매체 간의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를 통해 옻칠의 고유한 재료적 특질을 보존하면서 조형 면에서도 표현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