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서예지 오정세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모두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시청자들에게 힐링 드라마로 안착했다.

다수가 아니면 비정상이 되는 사회, 정신없이 흘러가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그야말로 사이코일지언정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드라마,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청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박신우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조용 작가의 개성 강한 극본, 여기에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부터 강기둥, 장영남 등으로 연결되는 배우들의 열연은 시너지를 내며 ‘어른들의 동화’를 완성시켰다.

다음은 조용 작가와의 서면 일문일답.Q. 16부를 잘 완주한 소감 부탁드려요.

조용 작가 :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텝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게 할당된 행운의 총량을 이 작품에서 다 써버린 거 같아 나중이 두려울 정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귀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 분들의 피, 땀, 눈물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Q. 그야말로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제목 자체가 현대 사회인들에게 주는 울림이 컸어요. 어떤 지점에서 이 작품이 시작되고 탄생할 수 있었는지 기획의도나 취지가 궁금합니다.

조용 작가 : 이 드라마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너는 잘못이 없었다고.. 그러니 부디 어디에서든 행복해주길..’ 어떻게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습니다.

김수현 서예지 (2)

Q.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극본은 물론 감각적인 연출까지 더해져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받았어요! 글로 표현하며 머리로 상상했던 부분들이 영상으로 표현됐을때의 느낌은 또 다르셨을텐데, 완성본으로 봤을때의 느낌은 어떠셨는지+기대 이상으로 표현됐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용 작가 : 감독님은 언제나 제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의 연출을 보여주셨고 ‘와! 대박! 미쳤나봐!’ 감탄하며 보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연출의 神 <신/우/신>이라고 부릅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쳐흐르고 작품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며,

캐릭터를 바라보는 애정도 남달라서 늘 저를 반성하게 만들고 부끄럽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저는 또 많이 배웠거든요. 태태문이 서로를 의지해 성장했다면 저는 신우신을 의지해 성장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혼자 추측을 해봅니다.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씬들이 아주 아주 많았지만. 특히 상태가 문영의 팬 사인회를 향해 설레는 맘으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상태만의 행복한 시선으로 여러 사물을 바라보는 씬. 간필옹 아저씨의 트라우마가 발현된 버스 안에서 순식간에 전쟁의 공포가 덧씌워지는 씬, 최종회에서 보여준 캠핑카 여행 몽타주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방송을 통해 오늘은 우리 감독님과 배우들이 또 어떤 명장면과 신들린 애드립으로 나를 놀래켜 주려나... 설레고 기대하는 맘으로 매번 본방을 시청했습니다. 밋밋한 글에 영혼과 생기를 불어넣어준 건 늘 감독님과 배우들이었어요.

그리고 15회 엔딩씬에서 강태가 문영에게 키스를 하려던 결정적 순간 엔딩을 맞은 건 순전히 제 대본 탓입니다. 감독님을 향한 시청자분들의 원성이 자자하단 소리를 듣고

그날 제가 두 발 뻗고 잠을 못 잤습니다. “우리 감독님은 무죄입니다. 제가 죄인이지..”

Q.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수 없죠. 서예지 표 문영, 오정세 표 상태 등은 인생캐릭터라 불릴 정도였어요.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했던 부분들이 있는지+배우들의 열연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려요!

조용 작가 :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점은 없습니다. 강태는 김수현이 아닌 강태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어요. 피, 땀, 눈물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히 9화 엔딩에서 싹싹 빌며 오열하는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 같습니다. 쓸 때도 정말 괴로운 씬이었는데 볼 땐 더 괴로워서 잠시 패닉이 될 정도로 너무나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씬들도 자유자재로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 하여금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탁월한 배우구나.. 감탄했습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극 전체의 밸런스까지 맞춰서 강약을 조절해 연기하는 모습에 특히 더 감동했습니다.

상태는 자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면 안되니까 조심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오정세씨는 자폐인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려’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오정세는 상태가 되었고, 상태는 곧 오정세였습니다. 대본의 대사와 지문을 건조하게 써도, 배우님이 눈물이 터지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그 감정대로 연기를 해주셨고 저나 감독님도 그 의견을 존중해서 나온 최고의 씬이 최종회에서 보여준 엄마 나무 앞에서 자신의 동화책을 읽는 장면입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울었고 배우님의 선택이 맞았고 참으로 탁월했다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영이는 배우가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는데 서예지 배우님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특히 고라니에게 고함치는 씬과 강태에게 사랑고백하는 씬은 서예지였기에 가능한 씬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특유의 저음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보는 저도 사랑에 빠질 뻔했거든요. 문영이의 최고의 씬은 6회 엔딩에서 엄마의 악몽에 짓눌린 채 신음하다가 강태의 품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꼽겠습니다. 보는 내내 소름이었고. 정말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예지씨의 진짜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 속에 감춰진 ‘러블리’함인 거 같습니다.

Q. 전작 ‘저글러스’를 위해 직접 대기업 취재를 하셨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위해서도 취재해야 할 부분들이 많으셨을거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고 드라마에 녹아나야 한다고 생각하셨을까요!

조용 작가 : ‘저글러스’는 취재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회사 다니던 시절 저희 부서 이야기였고, 제 사수가 굉장히 유능한 비서였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과 인물들을 토대로 쓴 대본이었어요.

이번에 가장 중점을 두고 취재한 대상은 자폐인 언니 오빠 형을 둔 형제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경험이 담긴 수기들이 극 중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우리 형에게 친구가 딱 한명 생기는 것’, ‘당신이 죽고 난 다음에 형의 다음 보필자가 필요해서 엄마가 나를 낳은 건 아닐까..’, ‘난 늘 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잡니다. 엄마는 오빠의 등을 바라보고 자고요. 서로가 서로를 늘 짝사랑하는 거 같아요’ 등등..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울림이었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녹이고 싶었지만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부디 이 드라마가 그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오직 그것만을 신경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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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처 받은 사람들, 그리고 또 그 상처를 함께 치유해 나가는 사람들 등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면서 공감하고 위안받은 사람들도 많을거 같아요. 작가님께서 궁극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 싶으셨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조용 작가 :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외로움’은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채워줄 온기를 찾아 더듬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위로워서.. 치유 받고 싶어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주시길.. 우리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위의 질문과 연결해, 극중에서 동화가 중요 소재로 쓰였어요. 어떤 장치로 사용하셨던걸까요?

조용 작가 : 동화 속 내용은... 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 돼 있습니다. ‘너는 곧 나다’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엄마 말에 순종해야 착한 딸이다’ ‘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 ... 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문영.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습니다. 그 표현방식이 좀 쎄고, 잔인해서 잔혹동화로 분류되기도 하고 결국엔 판매금지까지 당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습니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 아이의 유일한 숨구멍이자 소통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영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그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이 꼽으시는 명장면은 어느 부분이며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조용 작가 : 태태문(강태상태문영)이 티격태격하는 모든 씬들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강태의 꿈속에서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달달커플(고문영, 문강태)과 그들 사이에 불쑥 끼어든 평범한 샐러리맨 상태.

“형, 나 쟤가 너무 좋아” 문영에 대한 진심을 꿈결에서야 고백하는 동생의 ‘진짜’ 행복한 미소를 보고서야 “아, 내 동생이 행복하다..”라고 깨닫게 된 상태가 타인인 문영이까지 한 가족으로 포용하는 시퀀스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로맨스 명장면은 역시 4화 엔딩!! 장대비를 뚫고 바이크를 타고 달려가 문영에게 옷을 벗어 온기를 나눠주는 강태와 그 품에서 따뜻하다..라고 미소 짓던 문영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네요. 감독님과 두 배우가 만들어준 최고의 로맨스 명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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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중 고문영 작가 동화책이 실제로도 출간됐는데,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소감도 궁금해요!

조용 작가 : 대본 1-4부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박신우 감독님이 <좀비아이>를 극중에서 잠깐 소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따로 출판을 해봐도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를 맡으신 잠산 작가님이 삽화를 너무 훌륭하게 잘 그려주셨어요. 화면에서 잠깐 스치듯

보여주고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그림들이었고, 잠산 작가님의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을 거 같아 동화책으로 출간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Q.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소재나 또 드라마로 표현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조용 작가 : 저는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얘기가 좋습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은 개그를 등에 짊어지고 휴먼에 한 발을 담근 채 로맨스를 바라보지 않을까 싶네요.

Q. 마지막까지 애청해주신 애청자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용 작가 : “이 드라마.. 무서웠어?”, “아니... 좋아했어. 좋아했어, 내가.”라고 해주시면 참으로 무한 영광이겠습니다. (강태와 문영의 1부 엔딩 대사를 살짝 인용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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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