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과거 MBC ‘진짜사나이’가 TV 예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 최근엔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가 출범과 동시에 히트를 치며 웹예능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에서 기획·제작한 ‘가짜사나이’는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비틀어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튜버, BJ, 래퍼들이 해군 특수전전단(UDT)의 근접 전투 기술 중 하나인 ‘무사트’ 교육과정 훈련을 체험하는 웹예능이다. 출연자는 공혁준, 가브리엘, 김재원, 꽈뚜룹, 따규, 베이식이 선발됐다. 교관 으로는 UDT 출신인 김계란을 포함 이근, 에이전트H, 야전삽, 로건이 활약했다.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최근 종영한 시즌1은 에피소드 7개만으로 4000만 조회수를 넘겼고, 무려 에피소드 1회가 한 달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까지 세웠다. 기존 웹예능에서 볼 수 없는 파급력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성 문제 있어?”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 더 빨리 뛰겠다” “4번은 개인주의야” 이근 대위의 말들은 여러 곳에서 패러디되며 유행어로 떠오를 정도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 기존 웹예능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초창기 유튜브는 1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었지만 유튜브 플랫폼이 주목받으면서 기성 방송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며 제작 능력과 자본이우세한 방송사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최근엔 반대로 방송사가 ‘가짜사나이’ 인기에 편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KBS와 EBS 유튜브 채널은 훈련대장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편집해 올렸고, 최근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이근 대위를 직접 섭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가짜사나이’ 속 교관들이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끌면서 방송 관계자들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웹예능 PD는 “인기 아이돌이나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이상 100만 조회수도 어려운데 단시간 1000만 조회수를 넘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며 ‘가짜사나이’를 통해 그동안 일부 시청자만 찾아본다고 여기던 웹예능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짜사나이’가 인기를 끈 데는 기존 웹 콘텐츠와 TV 예능 사이의 접점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고액의 제작비를 통한 고퀄리티 콘텐츠와 미드폼의 러닝타임, 일정 구독자를 갖춘 유튜버들의 시너지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비는 약 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기존 방송 예능 제작비보단 훨씬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연예인에 비해 낮은 유튜버들의 출연료와 기존 1인 미디어 유튜브 콘텐츠의 제작비를 고려했을 때 적은 비용이 아니다.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지컬갤러리 채널은 광고협찬을 통해 충당한 제작비로 여러 명의 VJ에 드론 촬영 등 고퀄리티의 리얼한 영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기존 웹예능이 10분 내외였다면 ‘가짜사나이’는 한 회차에 30분 가량 되는 미드폼 형식에 시즌제로 기획됐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여기에 이미 수십,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과 친숙한 유튜버, BJ들의 출연 시너지가 더해져 TV 예능 못지않은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공중파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리얼함’도 한몫했다. 극한의 훈련 상황에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욕설과 가학적인 장면들이 자극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리얼리티를 극대화 시켰다는 반응이 많다. 20대의 한 여성 시청자는 “보통 군 관련 콘텐츠는 잘 안보게 되는데,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들이 나와 친숙하기도 하고 설정이 아닌 진짜 훈련같은 모습이어서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이제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출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피지컬갤러리가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 김동현, 김병지, 장성규 등이 지원영상을 올려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비 또한 8000만 원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져 성공한 웹예능 시리즈 탄생이라는 새로운 기록까지 세울지 업계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웹콘텐츠는 TV 예능보다 질이 떨어지고 자극적이다라는 편견도 ‘가짜사나이’를 기점으로 많이 변화할 거 같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한 합동방송을 넘어 방송처럼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로 협업하는 콘텐츠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크리에이터들이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일반인도 연예인도 아닌 모호한 경계선에서 그들의 행동과 말이 파급력을 갖고있는 만큼,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출연자들의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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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