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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에 전격 이별을 통보한 리오넬 메시. 리스본 |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팩스 한 장으로 20년 인연의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스페인 라리가 명문 FC바르셀로나의 ‘심장’과 같은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가 초유의 팩스 이별 통보를 한 것을 알려져 전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2000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메시는 만 17세이던 2004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라리가 우승 10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등 각종 대회에서 무려 33회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셀로나에서만 통산 731경기를 뛰며 634골 285도움의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그는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도 6회 수상했다.

메시에게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전성기를 누빈 팀이 아니다. 인생 그 자체이자 운명과 같은 팀이다. 아르헨티나 뉴웰스 올드 보이스 유스 팀에서 두각을 보인 메시는 만 11세 때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능은 인정받았으나 자국 리그 명문 클럽도 메시의 이같은 장애와 치료비 지급 등에 부담을 느끼곤 했다. 그런 가운데 바르셀로나 관계자가 우연히 메시의 경기를 봤고 2000년 12월 레스토랑에서 기술 이사가 메시 아버지를 만나 즉석에서 냅킨에 계약서를 쓴 건 유명한 일화다. 그렇게 시작된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올해까지 무려 20년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세계 최고 구단과 최고 선수의 기나긴 동행에 금이 갔다.

메시 냅킨 계약서
20년 전 바르셀로나 기술이사와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가 레스토랑에서 즉석으로 냅킨에 서명한 계약서. 출처 | 스페인 ‘마르카’지 보도 캡처

26일(한국시간) ‘AP통신’과 ‘로이터 통신’등에 따르면 메시는 최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치른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2-8 참패한 이후 11일이 지나 구단에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것도 대리인을 통해 팩스로 전달했다. 그는 지난 20일 로날두 쿠만 신임 감독과 면담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 미래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르헨티나, 유럽 언론에 따르면 쿠만 감독은 메시의 잔류를 바라면서도 일종의 특권 의식을 버리라는 뉘앙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더는 바르셀로나를 메시의 팀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메시는 쿠만의 견해와 상관 없이 이번 굴욕적인 패배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유의 팩스 이별 통보도 모자라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진흙탕 결별’을 예고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와 계약기간이 내년 6월30일까지여서 타 팀으로 이적하려면 바이아웃 조항이 적용된다며 7억 유로(9800억 원)의 이적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시는 반발했다. 애초 매 시즌 종료 시점에 무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즌 종료 시기’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2019~2020시즌이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종료 일자(6월10일)보다 늦어졌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AP통신은 ‘메시 이적 의사가 양측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메시를 데려오기 위해) 바이아웃 금액을 지급할 구단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자유계약(FA) 신분임을 주장하는 메시와 여전히 선수 보유권을 지녔다는 바르셀로나의 첨예한 갈등, 올여름 세계 축구 최대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