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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1995와의 K리그2 18라운드 경기에서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승격을 향해 달려가던 대전하나시티즌이 선장을 잃었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팀을 이끌 리더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대전은 8일 황선홍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대전은 지난 7일 황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작별을 선택했다. 대전은 보도자료를 통해 “긴밀한 상의 끝에”라고 썼지만 사실상의 경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부천전 직후 황 감독은 “제주의 플레이는 어느 정도 머리에 있다. 대응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라며 다음 경기의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스스로 물러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의 태도는 아니었다. 대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그만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황 감독은 구단의 선택을 따른 것으로 보는 게 맞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수들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부천을 이겼기 때문에 아예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대전은 올시즌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전은 기업구단 전환 후 빠르게 리빌딩을 강행했다. 남을 선수, 영입할 선수를 빠르게 정리하는 동시에 새 사령탑도 선임했다. 황 감독은 구단에서 이미 정해놓은 일부 영입 리스트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원했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제한이 따랐다. 코칭스태프 역시 100% 자신의 뜻에 따라 꾸린 것은 아니었다.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의 문제이긴 하지만 황 감독 체제의 대전은 성적도, 경기 내용도 신통치 않았다. 대전은 시즌 내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안드레의 득점력을 앞세워 승점을 착실하게 쌓기는 했지만 내용만 보면 낙제점에 가까웠다. 황 감독에게 기대했던 스타일 있는 축구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선두권을 지킨 결과로 버텼지만 최근에는 성적도 따라주지 않았다. 구단에선 황 감독을 향한 불만이 커졌고, 황 감독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흐름이었다.

황 감독도 불만은 있었다. 자신이 원했던 스쿼드를 꾸리지 못한데다 평소 구단의 여러 간섭이 황 감독을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구단 고위 관계자가 드레싱룸에 들어가거나 훈련장에서 개입을 해 황 감독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새로운 감독이 온다는 소문이 황 감독 귀에 들어가 관계는 더 악화됐다. 실제로 지난 7월 초 황 감독은 수원FC전 패배 이후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 승리를 위해 구단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겠다.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좋은 팀이 될 수 없다”라며 구단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진 않았지만 갈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이 사건은 양측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 사건이 됐다. 대전 구단의 허정무 이사장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자 국가대표 감독과 프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축구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번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축구계에서는 대전과 황 감독의 결별 시기를 부적절한 타이밍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전은 부천전에서 승리하며 승점 30을 기록, 선두 제주(35점), 2위 수원FC(33점)와의 간격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아직 9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만회할 여지는 충분했다. 당장 다음 라운드에서 제주를 이기면 선두권으로 복귀하는 구도였다. 다이렉트 승격이 어려워도 현재 순위에서는 플레이오프를 통한 1부리그 진입도 가능하다. 차라리 지난 1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 무승부 이후 경질하거나 제주전 결과를 보고 결정했다면 말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대전은 이도 저도 아닌 시점에 황 감독을 떠나 보냈다. 대행, 혹은 새 감독 체제라는 불안전한 환경으로 후반기 반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 K리그2 관계자는 “무승 기간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그러려니 할 텐데 다른 팀에서 봐도 이상한 타이밍이다. 오히려 다른 팀들을 돕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실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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