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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세월이 흘러도 김희선은 변함없었다. 20년전 SBS드라마 ‘토마토’에서 통통 튀는 요조숙녀가 ‘앨리스’에서는 천재 물리학교수가 돼 학생들을 호통친다. 그러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위해 1인 시위를 하다 다시 캠퍼스를 누비는 풋풋한 대학생으로 변신해도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금 20대의 워너비나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뜨겁게 받는 배우는 아니지만 김희선은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다. 올해로 나이 마흔넷, 연기 경력 27년을 맞은 김희선은 과거의 인기에 머물지 않고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톱배우로 각인됐다. 김희선이 나이 불문 남녀노소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비결은 예쁜 배우들이 연기력은 아쉽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한편 또래 다른 정상급 배우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새로운 매력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히고 있어서다.

KBS2 ‘프로포즈’, SBS ‘미스터Q’, MBC ‘해바라기’ 등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킨 김희선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왔다. 청춘 드라마, 트렌디 드라마 장르 속 당시 여성들의 워너비를 연기한 김희선은 시대와 세월의 변화와 함께 도전을 선택해왔다. 2015년 MBC ‘앵그리맘’에서 한때 날라리였다가 고등학생이 된 엄마, 2018년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재벌가 며느리, tvN ‘나인룸’ 속 무개념 변호사 등 배우로서 도전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런 그에게도 ‘앨리스’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에서 1인2역까지 맡아 극을 이끈다는 쉽지 않았지만 김희선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다. 제작진도 드라마를 위해 일찌감치 김희선을 낙점,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연출자 백수찬 PD는 “40대 캐릭터로 시작해 주로 연기하는 것은 30대, 시간여행을 하면 20대까지 맡아야 하는데, 모든 나이를 섭렵한 동안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여배우로 김희선이 유일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희선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주원의 엄마이자 천재물리학과 교수인 박선영, 윤태이 역할을 시공간에 따라 입체적이고 밀도 있게 담아내, ‘역시 김희선만이 가능했던 드라마’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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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희선이 20~30대 역할을 오가며 다채로운 감정선을 무리없이 잘 담아내 극의 몰입을 높였다는 평가다. 함께 연기한 후배 주원(박진겸 분)과 곽시양(유민혁 분)과도 40대라는 나이가 전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김희선의 파워는 시청률에서도 입증됐다. 앨리스는 방영 초반부터 마지막회까지 꾸준히 시청률 8~9%대로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무려 10.7%까지 올랐다.

김희선은 배우로서 작품으로도 자신을 보여주지만 예능에서도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앞서 JTBC ‘아는 형님’과 SBS ‘집사부일체’, ‘미운 우리 새끼’ 등에서 매력을 선보였던 그는 올리브 ‘섬총사’에서는 또 다른 솔직함으로 사랑받았고 최근 다시 ‘미운 우리 새끼’에는 출연자로 나와 맹활약했다. 임원희의 1대1 연애코치를 해주며 연하임에도 도리어 누나같은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돌싱 오빠들인 탁재훈과 이상민 앞에서 돌직구 발언을 과감하게 해 주변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최고 시청률이 18.9%까지 오르기도 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희선의 활약으로 ‘미운우리새끼’ 분량을 3회차까지 뽑아냈다는 후문이다.

김희선 소속사인 힌지엔터테인먼트 측은 “40대 여배우의 프레임안에 갇혀있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온 것 같다”면서 “김희선 배우도 20대부터 30대, 4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연기할 수 있는 이번 작품에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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