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대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사 대표.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주식은 은퇴연금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악재를 딛고 주식 시장에 때아닌 황금기가 찾아온 이때, 개미 투자자들의 ‘대부(大父)’인 존리(한국명 이정복·62) 메리츠자산운용사 대표가 개미들의 올바른 주식 투자를 위해 전한 메시지다. 존리 대표는 1980년대 미국 투자회사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거듭난 인물이다. 그는 코리아펀드 설립(1984년) 당시 600억원이던 자산을 펀드 운용을 통해 2005년 사임까지 1조 5000억원(2500%)으로 키웠다.

‘투자의 대부’ 존리 대표는 “주식은 그래프를 보고 팔고 사는 게 아니다.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변동성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건 맞출 수 없다. 맞출 수 없는 걸 하는 건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 주식의 투자는 은퇴 자금 형성을 위한 게 유일한 이유다. 노후 자금이 필요 없다면 투자할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존리 대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사 대표.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주식 투자 방법을 전하고 있다.

주식과 펀드는 같은 투자다. 투자는 무조건 해야 한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노후를 준비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금 금융 문맹국이다. 노후 준비가 안 된 나라 1위, 노인층 자살률 1위(OECD 국가 중 65세 이상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따라가면 안 된다. 사람들이 노후 준비는 하지 않고 비싼 사교육을 이용하고, 비싼 백(Bag)을 사고 있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 태도), 소확행(일상 속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 등을 추구하며 살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전부 망하는 길로 흐르고 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유대인의 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다.

유대인들은 돈을 귀하게 여긴다. ‘저 사람들이 왜 부자가 됐을까’만 보면 된다. 어떤 이는 ‘돈 밝히는 사람’을 ‘유대인 같은 놈’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유대인은 돈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돈을 귀하게 여기고, 돈을 많이 벌도록 가르친다. 대신 그렇게 얻은 돈으로 어려운 동족을 도우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죽으면 좋은 데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한국은 돈 자체를 경멸한다. ‘돈을 멀리하라’고 배운다. ‘금을 돌처럼 여기라’고 배우는 데 그게 치명적이다. 그러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를 겪고 최근 국내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다행히 젊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 건 고무적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젊은 사람들이) 투자한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세금을 깎아준다든지 사회적인 논의를 해야 되고, 기업은 투자받은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올바른 주식 투자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올바른 투자는 ‘일희일비’ 하지말고 계속 투자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거다. 내가 주식을 산다는 건 해당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전 국민이 회사 주인이면 모두 잘 살게 되는 거다. 전부 월급으로만 살아가려 한다. 그런데 회사 종업원은 가난하고 대표는 부자다. 종업원이 해당 회사의 주식을 가지면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즉 전 국민이 회사 주식을 가지면 같이 성장할 수 있다. 간단한 문제다. 지금처럼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으로 생각하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는 흔히 말하는 ‘단타꾼’도 있다.

주식은 그래프를 보고 팔고 사는 게 아니다.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조직의 변동성과 위험은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변동성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건 맞출 수 없다. 맞출 수 없는 걸 하는 건 도박이다. 사람들은 소문, 정보, 그래프를 보고 사려 하는데 좋은 게 아니다. 투자한 회사가 잘 될지, 망할지 위험은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여러 매체에서도 주식을 사고, 팔라고 조장하고 있다.

귀를 막아야 한다. 영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금융문맹을 탈출하자고 책을 쓴 것이다. 그 사람들도 평생 주식을 ‘사고파는 것’으로 배웠기 때문에 금융문맹일 가능성이 높다. TV 방송에 나오는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정보를 멀리해야 한다. 내가 어제 투자했어도 하루 만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그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으면 가지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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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메리츠자산운용사 대표.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존리 대표의 책을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디스카운트 됐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해외에 투자했다고 하지 않느냐. 치명적이다.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한국의 지배구조, 대주주를 못 믿는 것이다. 그건 너무 슬픈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걸 변화해야 한다. 정치, 관료, 투자가 모두 힘을 합쳐 20년 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설계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식을 소유하게 하고, 기업 지배구조 좋아지게 하고,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고, 단타하는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과하게 부과해야 한다.

-동학개미들이 하락장에 떠나고 있는데.

떠난다는 건 처음부터 도박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주식은 계속해야 한다. 월급의 10~20% 여유 자금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잘못된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 나서 떠나는 것인데)

말도 안 되게 투자한 것이라서 그렇다. 투자가 두렵다면 펀드를 이용하면 된다. 펀드는 투자할 회사를 분석하고 계산해서 대신 투자하는 거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식과 펀드 모두 꾸준히 모아야 한다. 단기간 부자 되게 해주겠다는 사람의 말은 전부 사기라고 보면 된다. 부자가 될 수 있으면 본인만 누리면 될 것이지 왜 남에게 추천하겠느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속는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식 투자는 투자 자체와 친해져야 한다. A라는 회사의 주식을 사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한다. 이게 내 노후자금이 될 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떨어지면 슬퍼하고, 올라가면 좋아한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장에 돈을 건 것이나 다름없다. 주식은 은퇴연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장기 투자해야 한다. 주식은 오래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못 이긴다.

하루라도 더 일찍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세가 지금부터 투자하면 60세 받을 생각으로 투자하면 30년 뒤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것이라면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 주식 투자의 이유는 은퇴 자금 형성을 위한 것이다. 유일한 이유다. 노후 자금이 필요 없다면 투자할 필요가 없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