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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007작전을 방불케 할 ‘귀국 작전’이 펼쳐진다.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1년 만에 A매치 2연전(멕시코·카타르)을 소화한 축구국가대표 ‘벤투호’는 모처럼 공식전으로 손발을 맞췄지만 우려했던 ‘코로나19 공습’을 받아 초토화가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7일 밤(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전이 끝난 뒤 선수단 및 코치진을 신속하게 한국 및 소속팀이 있는 국가로 복귀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등이 모두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한 번도 A매치를 소화하지 못한 축구대표팀은 오랜 기간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다만 여러 대륙 국가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덜한 유럽으로 이동해 중립지역 A매치를 추진했다. 아시아에서도 ‘이웃나라’ 일본이 10월 네덜란드로 날아가 카메룬, 코트디부아르와 격돌하는 등 국가대항전 유치에 나섰다. KFA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표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올해 A매치 불발로 200억 원에 가까운 수익 손실이 발생한 것을 일정 부분 메우기 위해서라도 원정 A매치 추진을 그려야 했다. 심사숙고 끝에 유럽 내에서도 청정지역으로 꼽힌 오스트리아를 낙점했다. 그리고 2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난 멕시코, 지난해 1월 아시안컵 8강에서 격돌한 카타르 등 스토리는 물론 내실 있는 스파링파트너와 매치업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달 들어 유럽 내 코로나 재유행 조짐을 보였고 오스트리아도 확진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 기어코 대표팀은 지난 13일 멕시코전을 이틀여 앞두고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자가 4명(조현우 권창훈 황인범 이동준)이 나왔고, 재검사에서도 2명(나상호 김문환)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상대국과 개최국 축구협회의 동의, FIFA·UEFA 규정(코로나 음성이 13명 이상일 경우 경기 진행 가능)을 들어 예정된 2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A매치 갈증은 일정 부분 해소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다. 전쟁터가 된 오스트리아 빈에서 탈출하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와 스태프(2명)는 현지 규정상 10일 자가격리에 임해야 한다. 그 사이 오스트리아 당국에서 시행하는 PCR 검사를 두 번 받아야 하고 모두 음성이 나와야 격리에서 풀린다. 양성이 지속해서 나오면 격리 기간은 당연히 늘어난다. KFA 직원이 현지에 남아 양성 판정을 떠안은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음성 판정을 받은 코치진, 선수도 자유롭지 않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만큼 다른 이들과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KFA는 오스트리아 정부 및 대사관으로부터 최대한 이르게 출국 허가가 나도록 움직이고 있다. 또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와 스태프의 입국 절차도 한국 정부 및 유관기관과 협의했다. 때마침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축구대표팀 확진자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해서 에어앰뷸런스 섭외 등 이송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격리병상을 배정하고 준비된 구급차 등으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선수의 소속팀 복귀와 귀국 일정은 각국 코로나19 규정이 상이해 확인이 필요하다. 권창훈은 소속팀 프라이부르크의 요청으로 오스트리아 정부 및 보건당국과 협의, 방역차량을 이용해 지난 15일 독일로 복귀했다. 그러나 현지 재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여 자택에서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손준호와 이주용(이상 전북), 주세종과 윤종규(이상 서울) 등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참가를 위해 카타르로 이동하는 태극전사도 잠복기 의심으로 소속팀 합류가 수월하지 않다. 구단 관계자들은 “KFA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 담당자들과 의논을 통해 방역차량 이동 및 현지 재검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스트리아 비행기에 올랐던 벤투호는 경기 결과를 떠나 우려했던 사태가 터지면서 악몽의 시간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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