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키움전 선발 등판한 NC 송명기
NC 송명기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 NC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10. 7.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무리 최첨단 과학기술이 그라운드를 도배하고 있어도 그것 만으로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이는 참고자료일 뿐이며 야구의 주체는 선수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정답이 되는 경우도 많다.

강렬한 프로 2년차를 보낸 NC 우투수 송명기(20)가 그렇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송명기는 지난해 프로 입단 후 코칭스태프 권유에 따라 릴리스포인트를 높였다. 191㎝ 신장을 살리기 위해 타점을 올렸다. 장점을 극대화하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구위와 제구 모두 고교시절보다 하락하고 말았다.

권유는 하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 NC 구단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송명기 또한 이러한 구단 분위기를 알고 용기를 냈다. 그는 지난 14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작년에는 팔을 좀 높였다. 그러면서 힘을 쓰는 포인트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공이 좋았는데 막상 프로 입단 후 안 좋아지니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올해 스프링캠프 시작할 때 감독님과 코치님께 직접 말씀을 드렸다. 팔을 내려본다고 했을 때 흔쾌히 해보라고 해주셨다. 이에 대한 감사함이 컸고 더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당초 NC 구단은 송명기가 1군에서 활약하는 시점을 2021년으로 계산했다. 입단 2년차까지는 더 강한 몸을 만들고 어느정도 1군 무대도 경험하는 적응기로 내다봤다. 그런데 아마추어 시절 활약했던 타점을 되찾은 후 승승장구했다. 올해 추격조부터 필승조, 그리고 선발투수까지 빠르게 자신의 비중을 넓혀나갔다. 140㎞ 후반대 무빙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을 앞세워 마운드를 지켰다. 후반기에는 난세의 영웅이었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이탈했지만 송명기가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NC는 위기를 극복하고 가장 먼저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을 통과했다.

송명기는 “프로 입단 후 구단에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으로 지도해주셨다. 구단에서 정해주신 식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내 몸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팔을 내린 것도 좋았지만 신체적으로 더 강해진 것도 올해 잘 된 비결”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정규시즌 경기는 후반기 연패를 끊었을 때다. 당시 부담 없이 편하게 내 공만 던지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선발 등판했는 데 결과도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시즌 첫 주부터 선두에 오른 NC는 10월 8일 고척 키움전부터 10월 13일 창원 KIA전까지 6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송명기가 다음날 선발 등판해 연패를 끊는 호투를 펼쳤다. 정규시즌 마지막 고비를 넘겼고 종료 일주일을 남기고 1위를 확정지었다.

[포토] 송명기, KS 4차전 데일리 MVP 차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2020 KBO 한국시리즈 4차전이 지난달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NC 송명기가 4차전 데일리 MVP를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명기는 더 큰 무대에서 보다 강렬하게 빛났다.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KS 6차전에서는 중간 투수로 8회에 깜짝 등판해 1이닝 퍼펙트 피칭을 했다. 두산 베테랑 타자들도 송명기의 구위를 당해내지 못했다. 이동욱 감독과 주전포수 양의지 모두 우승을 응시한 순간이었다. 송명기는 “지금도 당시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6차전 중간 등판할 때는 빠른 공만 던질 생각으로 정면승부했다. 앞서 선발 등판해서 자신도 있었고 긴장도 안 됐다. 타자들 배트가 밀리고 파울이 나는 것을 보고 더 자신감 갖고 세게 던졌다”며 “지금도 우승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 기쁘고 영광스러웠다. 2년차부터 이런 경험을 해서 행복하다”고 웃었다.

욕심은 더 커졌다. 한 번 우승을 경험한 만큼 이듬해에는 정상을 사수하는 것을 목표도 뒀다. 송명기는 “내년에는 창원NC파크에서 더 많은 우리 팬분들과 우승 기쁨을 누리고 싶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이 목표”라며 “개인적인 목표는 올해 못한 개막 엔트리 진입, 그리고 선발투수로서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이다. 우리팀 선배님들이 정말 뛰어나시다. 나만 꾸준히 선발 등판해서 잘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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