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박병헌전문기자] 85주째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25)의 저력은 무서웠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국내에 머물다가 지난달 13일에야 미국으로 건너간 고진영은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경기만 뛰고도 상금여왕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여왕 타이틀이다. 고진영은 지난주 끝난 메이저대회인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덕에 70명만이 출전하는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LPGA투어 성적이나 상금여왕 등 타이틀보다는 ‘바꾼 스윙’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미국 땅을 밟았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6타를 쳐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선배인 시즌 2승의 세계랭킹 2위인 김세영(27)등 공동 2위 그룹을 5타차로 여유있게 제치고 대미를 장식했다. 우승상금은 110만달러(한화 약 12억1000만원)이었고, 4대 개회에 벌어들인 올시즌 상금은 166만7925달러였다.
고진영은 올시즌 첫 출전한 펠리칸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 발런티어 오브 어메리카 챔피언십 5위, US여자오픈 공동 2위 등 급상승세를 보였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인 김세영과의 점수 격차를 더욱 벌려 세계랭킹 넘버원의 자리를 더욱 롱런할 수 있게 됐다. 김세영은 공동 2위로 CME레이스 포인트 12점을 보태 박인비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고진영은 이날 드라이버 샷 비거리 261야드에 이르는 장타와 그린 적중율 94.44%, 퍼팅 수 29개를 기록하는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 세계랭킹 1위다운 실력을 맘껏 과시했다. 고진영은 72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나흘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인 세계랭킹 2위 김세영에 1타차로 뒤진채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고진영은 1번홀과 6번홀(이상 파5)에서 버디를 낚았으나 9번홀(파4)에서 스리 퍼트를 범하면서 김세영과 동률을 이뤄 이후 접전을 펼칠 듯 했다. 고진영의 9번홀 보기는 무려 42홀만에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팽팽할 것 같던 승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진영은 핀 2~3m에 붙이는 특기인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12번홀(파3),13번홀(파4),14번홀(파5)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2위인 김세영에 무려 3타차로 앞서 승부의 추는 일찌감치 기울어졌다. 고진영은 16번홀(파3)에서 또 버디를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고진영은 맞바람이 부는 까다로운 18번홀(425야드)에서 180야드 거리의 세컨드 샷을 하이브리드로 1.8m거리에 붙인 뒤에야 미소를 보인 뒤 버디를 잡아내 챔피언 등극을 자축했다.
LPGA투어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20시즌을 마쳤고, 내년 1월 2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으로 2021시즌을 시작한다. bhpar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