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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치솟는다. 이번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역시 그랬다. 허경민, 오재일, 정수빈, 최주환 모두 복수 구단이 영입경쟁을 벌이며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사인했다. 넷 중 반을 지킨 두산 구단 입장에서는 그래도 선전한 스토브리그가 됐으나 보상규모를 고려하면 못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특히 최주환과 지난해 연봉 2억7000만원보다 큰 금액에 계약했다면 보상금액 또한 한층 두둑했을 것이다.
2021년 연봉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구단들이 바라보는 지점도 두산에 있다. 다음 겨울 박병호, 서건창, 한현희가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 키움은 특히 그렇다. 실제로 키움은 1년 전 박병호의 연봉을 15억원에서 5억원이 오른 20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격상되기 전이었고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도 유력했다.
키움 구단은 박병호의 올림픽 출전에 따른 조기 FA 자격 획득을 예상해 연봉을 인상했다. 만일 박병호가 이번 FA 시장에 나왔다면 박병호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금액은 최소 40억원, 최대 60억원이었다. 키움 입장에서는 박병호의 연봉이 FA 시장에서 보호막 구실을 하는 것은 물론, 박병호가 이적할 경우 보상금을 두둑히 챙기는 묘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일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변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됐고 박병호 또한 FA 자격 행사가 일 년 미뤄졌다. 더불어 FA 등급제에 따라 박병호의 보상규모도 달라졌다. 만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박병호는 이듬해 FA 시장에서 C등급이 적용된다. 보상규모도 연봉 2배+보상선수, 혹은 연봉 3배가 아닌 연봉 1.5배로 줄었다. 키움 구단은 이미 올해 박병호와 연봉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FA 보상금을 고려하기 보다는 구단에서 산정한 고과기준에 따라 박병호의 연봉이 책정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연봉 20억원에서 인상 혹은 유지보다는 삭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연봉 3억5000만원이었던 서건창, 2억3000만원이었던 한현희는 당연히 인상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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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예비 FA 최대어가 될 수 있는 NC 박민우와 홈런왕 출신 두산 김재환도 올해 연봉에 맞춰 보상 규모가 결정된다. 박민우는 지난해 연봉 5억2000만원, 김재환은 지난해 연봉 6억5000만원을 받았다. 박민우는 올해 올림픽에 참가하면 다음 겨울 FA 자격을 획득한다. 박민우는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팀의 통합우승도 이끌었다. 지난해 NC 구단 역사상 비FA 최고 연봉을 달성했는데 다시 한 번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듬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다음 겨울도 이번 겨울처럼 특급 FA를 두고 영입경쟁이 치열하다면 보상금은 전소속팀에 단단한 보호막이 된다. 최주환이 SK를 포함한 복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비결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 있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