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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토종 에이스가 없다. 숫자만 봐도 뚜렷히 드러난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부문 상위 7명이 외국인투수였다. 삼성 최채흥, SK 문승원, LG 임찬규가 8위부터 10위에 자리했는데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또한 6명에 불과했다. 10구단 모두 외국인 원투펀치에 의존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할 수 없다.
홀로 토종 선발투수 자존심을 지켰던 양현종도 빅리그 도전장을 던졌다. 올시즌 외국인투수를 향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지난 5년 동안 935이닝을 소화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철인이자 2019년에는 평균자책점 2.29로 이 부문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김광현에 이어 양현종도 빅리그 무대를 바라보는데 둘만큼 건실히 커리어를 쌓아온 토종 에이스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개막전을 약 두 달 앞두고 있는 10구단 사령탑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2021시즌 개막일은 4월 3일 토요일이다. 개막 2연전으로 144경기 마라톤 시작점을 찍는데 개막 로테이션 구성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개막 2연전에 투입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중 첫 경기인 4월 6일 화요일 선발투수다. 5인 로테이션 기준으로 화요일 선발투수는 4일만 쉬고 일요일에 다시 등판한다. 외국인투수 둘 중 한 명을 3일 개막전, 남은 한 명은 6일 경기에 투입할 수도 있다. 4월초 저녁 날씨와 국내에서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하드웨어에서 우위를 점하는 외국인투수가 첫 4일 휴식 후 등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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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국인투수 대부분이 계획보다 늦게 캠프에 합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자발급을 비롯한 서류절차가 지연됐고 한국땅을 밟는 시점도 미뤄졌다.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선수 총 29명 중 7명만 캠프 시작일인 2월 1일부터 훈련에 임했다. 지금도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자가격리된 채 캠프 합류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개막전까지 최소 세 차례 실전 등판에 임하는데 2월 중순부터 캠프를 시작할 경우 개막 시리즈 선발 등판은 쉽지 않다. 급하게 페이스를 올렸다가 후유증으로 인해 부상을 당할 확률도 높다. 지난해에도 자가격리를 마치고 3, 4주 만에 실전에 임한 외국인투수 다수가 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부터 투수진의 두께가 고스란히 순위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개막 2연전 중 한 경기에는 토종 선발투수를 투입할 수 있고 6선발 체제로 개막 로테이션을 구성할 수도 있다. LG 류지현 감독은 2월 중순 캠프에 합류하는 앤드류 수아레즈를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넣는 것도 고려 중이다. 류 감독은 시즌 내내 선발 등판할 수 있는 투수 7명을 구축하는 게 변수 극복의 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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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최근 몇 년동안 당차게 등장한 영건 에이스의 개막시리즈 등판도 예상할 수 있다. KT 소형준, NC 송명기, LG 이민호, 삼성 원태인 최채흥 등이 개막시리즈부터 선발투수로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이렇다할 토종 에이스가 없는 지금이 오히려 새로운 토종 에이스가 등장하는 과도기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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