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이날치(장영규 정중엽 이철희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의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

지난해 이날치의 활약은 놀라웠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협업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누적 조회수 6억뷰를 돌파했고,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날치 음악 ‘범 내려온다’로 ‘1일 1범’ 신드롬을 일으키며 예능부터 시사교양까지 각종 방송, 음악 시상식, 광고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2020 KBS 국악대상 단체상,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제30회 서울가요대상 밴드상 등 수상행진도 이어가고 있는 이날치는 지난달 28일 열린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에 오르며 그 위상을 입증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허언증 같은 한해였다”라고 떠올리며 유쾌한 웃음을 전한 이날치. 최근 이들을 만나 이날치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의 발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범 내려온다’→‘여보나리’, 전세계 매료시킨 ‘조선의 힙’

히트곡 ‘범 내려온다’가 수록된 정규 1집 ‘수궁가’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판소리를 힙합과 접목시켰다. 판소리 ‘수궁가’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범 내려온다’와 같은 특정 가사를 반복해 부르는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래퍼가 랩을 뱉어내듯 빠른 템포로 처리해 마치 랩음악을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끼니를 챙길 틈도 없이 바쁘다는 이날치 멤버들은 “그래도 요즘은 한숨 돌리고 있다. 많을 땐 일주일에 6일씩 일했다. 하루에도 2~3개의 스케줄이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이끌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방송 출연은 물론, 톱스타들만 할 수 있다는 휴대폰 광고까지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영규는 “과거엔 음악인이 방송도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이젠 대중음악을 하다보니 저희를 알려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 됐다. 대중음악을 한다고 해놓고 숨어있으면 어떻게 대중적일 수 있겠나. 음악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임하는 중이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송 출연을 통해 리스너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희는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으로 아이돌 대표 예능인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를 꼽아 다른 멤버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범 내려온다’가 흥행한 이후 후속곡은 어떤 음악일지도 관심 쏠렸다. 이날치가 최근 발매한 싱글 ‘여보나리’는 수궁가 이야기의 연장이자 이날치의 강점인 반전의 묘미가 잘 드러나는 곡이다. 토끼의 간을 찾아 육지로 가야 하는 별주부가 홀어머니에게 하직하고 아내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다.

안이호는 “사실 (권)송희 덕에 이 노래가 탄생했다. 송희가 뒷풀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여보나리’를 유쾌하게 불렀는데 너무 좋더라. 내용만 보면 구슬픈데 템포는 살랑살랑 콧바람을 일으키는 곡이다. 반전매력이 있다”며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나. 심각한 상황도 다 웃음으로 넘어가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영예…“언젠가 BTS·아이유와 협업하고파”

이날치는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과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수상하면서 3관왕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이날치. 권송희는 “대중음악상 시상식 당일 점심에 아이 돌잔치가 있다. (좋은 일들이 겹치니) 믿기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날 이날치는 올해의 음악인 수상소감으로 “주변에 많은 전통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있다”라며 “그들의 음악도 소비될 수 있는 건강한 음악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판소리와 팝을 결합한 음악으로 대중적 히트까지 기록한 이날치 덕에 대중에겐 낯선 영역이었던 전통음악에 대한 진입장벽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영규는 “그간 유명한 국악인도 많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방송에서 비춰지기 보단 연예인 같은 위치가 많았던 거 같다. 이젠 그마저도 어느 순간 모두 사라져 아쉬웠다”며 “저희는 다행인 건 이날치 멤버들 뿐 아니라 저희의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점이다. 음악인으로서 활동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치에게 음악의 경계는 자유롭다. 판소리와 힙합을 결합하고,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파격적인 춤과 자신들의 노래를 컬래버레이션 한 것처럼 앞으로도 이날치 노래는 무궁무진하다. 이날치는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으로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안이호는 “함께 시너지가 난다면 누구와의 협업이든 환영이다”라고 했고, 이나래는 “가수뿐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와 음악의 컬래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더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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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날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