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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이준익 감독이 신작 ‘자산어보’로 가려져 있던 인물 정약전과 그의 벗 장창대를 스크린으로 이끌어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익 감독이 ‘변산’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배우 설경구의 데뷔 첫 사극 도전이다. 설경구는 정약전 그 자체다. 매사 사람이 먼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다. 유배를 떠나서도 좌절하기 보다는 바다라는 새로운 관심사에 몰두한다.
그렇게 만난 창대와는 신분도 나이도 다르지만 이를 모두 뛰어넘고 점점 가까워진다. 배움의 뜻이 있었던 창대와 바다를 궁금해하던 약전은 서로가 서로의 벗이자 스승이다. 결코 약전과 자신의 연결고리 없다 생각했던 창대도 수차례 그의 목숨을 구해주고 생활을 해나가며 점차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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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창대는 정약전과 정약용(류승룡 분)의 삶을 바라보며 많은 가르침과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신분이 높아지면, 배움이 커지면 나아지리라 생각했던 세상도 생각과는 많이 다름에 좌절하기도. 약전과 창대 모두 삶에 놓인 변화 속에 진정 중요시 해야할 부분들에 대해 깨닫고 실천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일어나지만, 끝내 서로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자산어보’는 실제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 서문에 언급된 장창대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이준익 감독이 고증에 더불어 기록이 거의 없는 창대라는 인물에 살을 덧댄 것. 조선시대 이야기지만 현시대로 빗대어도 동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흑백영화로 완성돼 단면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을 확장하게 했다. 설경구, 변요한 뿐 아니라 이정은, 강기영 등 연기파 배우들과 류승룡, 조우진 등이 우정출연으로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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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인물 관찰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동주’의 송몽규, ‘박열’의 박열을 통해 기존 역사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그러나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아갔던 인물들을 조명해 새로운 한 페이지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 역시 대중에게 익숙한 정약용이 아닌 그의 첫째형 정약전과 벗이 된 창대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극중 정약전과 같이 이준익 감독 또한 새로움에 반응하고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대해 더 큰 창작의지를 느끼는 것.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시대로 인해 일년 넘게 극장가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금이나마 극장가에 온기를 더하겠다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준익 감독과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이 진심을 더한 ‘자산어보’는 관객들의 마음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개봉.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