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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무광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도쿄에는 오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석 달 뒤에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어느 방송에서 길거리 인터뷰에 응한 도쿄도민의 목소리다. 회사원인듯한 중년의 남성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일본은 4월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 확대에 따라 도쿄 도, 오사카 부, 효고 현, 교토 부의 4도부현(都府縣)에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했다.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은 영국이나 프랑스가 실시하고 있는 락다운과 같은 강제력은 없으며 정부와 지자체가 ‘자제’를 요청하는 것인데, 특히 도쿄에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그런 만큼 시민들은 불안감과 피로감이 섞인 반응이다.
첫 발령 때는 마냥 불안하기만 했다. 작년 4월 7일부터 5월 25일까지, 코로나가 세계적인 위협이 되던 시기로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한 직후에 발령됐다. 두 번째는 감염자가 매일 1000명을 넘어서던 올해 1월 8일부터였다. 하지만 발령 이후에도 좀처럼 감염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두 차례나 기간을 연장했을 정도다.
그 2차 선언이 종료된 후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감염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급기야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가능한 한 도쿄에는 오지 말라” 라고 탄원할 정도로 도쿄의 감염 상황은 심각하다.
일본은 29일부터 5월 6일까지 골든위크라 불리는 대형 연휴를 맞이하지만, 이대로라면 도쿄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2000명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때문에 세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결정되었다. 단, 납득이 가지 않는 기간 설정이다.
정부나 도쿄가 정한 기간은 5월 11일까지인데 아무래도 일주일 뒤인 17일부터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방일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바흐 회장은 히로시마 성화 릴레이에 참석한 뒤 간 총리,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을 만나 올림픽의 준비상황을 눈으로 확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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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바흐 회장이 방일 중에 일본에서 코로나 감염 대폭발이 일어나면 도쿄는 순식간에 위험한 도시가 되어 도쿄 올림픽의 이미지는 추락한다. 올림픽 불참을 표명하는 국가도 나올지 모른다. 그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세 번째 긴급사태 선언을 단행했다는 소문도 있어 ‘코로나 대책’ 이 아닌 ‘바흐 대책’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바흐 회장은 이번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골든 위크 대책이므로 도쿄 올림픽에 영향은 없다’라고 발언했는데 그 말을 들은 일본 국민들이 반발하며 나섰다. 트위터에서는 ‘바흐의 문제 발언’ 등이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고, ‘영향이나 관계가 없을 리가 있나’, ‘이 상황에서 아직도 올림픽 개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등의 트윗이 여럿 등장했다.
긴급사태 선언이 세 번 발령되는 상황에도 IOC나 조직위의 올림픽 개최 의지는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만약 올림픽 개최 중에 네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조직위는 ‘만약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본은 ‘두 번 생긴 일은 또 되풀이된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다. 도쿄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네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지기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