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한때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인 메이저리그(ML)에서 극적으로 재회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키움 출신인 데다, 나란히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 속하는 영화 같은 일이 펼쳐졌다.

최근 송성문의 빅리그행이 임박했다. 공식 발표 전이지만,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이 3년 1300만달러(약 1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10번째 코리안 빅리거이자, 키움 출신으로는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에 이어 6번째다. 키움 역시 국내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팀이 됐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키움 출신 현역 빅리거 중 김하성(애틀랜타)을 제외하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다저스) 송성문(샌디에이고) 모두 NL 서부 구단의 일원이다. 같은 지구에 몸담게 된 만큼 이른바 ‘히어로즈 더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세 팀은 라이벌이다. 올시즌 다저스가 1위, 샌디에이고는 2위, 샌프란시스코가 3위를 차지했다.

2026시즌 정규시즌 대진표를 보면, 샌디에이고는 샌프란시스코, 다저스와 각각 13경기를 치른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이정후다. 3월31일~4월2일 홈에서 샌프란시스코와 경기가 예정돼 있고, 5월5일~7일에는 원정 경기를 펼친다. 이후 5월 19일~21일과 6월27일~29일에는 김혜성을 만난다. 홈과 원정을 넘나들며 빅매치가 성사될 예정이다.

다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주전 중견수인 이정후와 달리 김혜성과 송성문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올시즌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워낙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구단이라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WS) 우승 반지를 품는 등 한국 빅리거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지만, 아직 입지가 불안하다. 주전은 고사하고 생존에 힘을 써야 하는 현실이다.

송성문 역시 마냥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내야 뎁스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송성문의 주 포지션인 3루수에는 매니 마차도가 굳건하고, 2루수에도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있어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매니 마차도가 지명타자를 맡게 된다면 송성문이 3루수로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빼어난 타격감을 갖춘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만큼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송성문을 지난 몇 년간 주목해왔다고 밝히며 최근 2년 성장세에 주목했다. 1루수 보강에도 나설 예정이지만, 송성문을 통해 어느 정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실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으로 재미를 봤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고우석까지 한국인 빅리거를 몇 차례 경험했다.

국내에서는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키움은 송성문까지 빅리그에 입성하며 ‘ML 사관학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했다. 과연 히어로즈 선후배간의 대결이 ML에서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