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올림픽정신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에 있고 올림픽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을 통한 인간의 완성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시상식에 오르기도 하고 못 오르기도 하지만, 이들은 참여 그 자체로 어떤 메달보다도 값진 인간 승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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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극복한 인간승리
한국 태권도 중량급 대표주자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80㎏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반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4로 눌렀다. 결승행 길목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 패했지만 결국 시상대에 오르며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세웠다. 부상으로 훈련기간이 3개월 밖에 안됐다.
인교돈의 스토리는 여기까지가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선수 생명 위기에 직면했다. 암과 싸우기 시작했고 지난 2019년 5년만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세계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린 인교돈은 스스로 “인간승리가 맞다”라고 웃으며 “투병하는 많은 분들이 나를 보고 이겨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인교돈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 다음 목표는 자신보다 나은 후배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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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이겨낸 미국 신기록
미국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대표팀의 케빈 맥도웰(28)도 2011년에 오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트라이애슬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유망주로 손꼽히던 19세때였다. 항암 치료는 힘들었다. 트라이애슬론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가족이 응원했다. 한번더 도전해 보자고 했다.
맥도웰은 2019년 미국 대표팀 선발전에 도전했고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열린 남자개인전에서 1시간45분54초(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 신기록이었다. 그는 경기 후 “상위 8위안에 든다고 상상조차 못했다. 지금 꿈꾸던게 모두 이뤄졌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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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 탁구 선수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 신유빈(17·대한항공)으로 이뤄진 여자탁구 대표팀이 2일 단체전 16강에 나섰다. 탁구신동 신유빈과 중국에서 귀화해 에이스가 된 전지희, 최희주가 활약하며 8강에 진출했다. 상대팀 폴란드는 비록 패했지만, 복식에 나선 나탈리아 파르티카(32)의 플레이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외팔 탁구선수였다.
파르티카는 오른팔꿈치 아래 부분이 없이 태어났다. 7살에 탁구채를 처음 잡았다. 그리고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단식 3연패의 쾌거였다. 파르티카는 장애선수이지만, 2012런던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한 첫번째 선수가 됐다. 파르티카는 도쿄에서도 오른팔꿈치 끝으로 공을 던져 힘차게 서브를 넣었다. 주무기는 백핸드 드라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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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손상에도 다시 일어선 서퍼
뇌를 다쳤고 선수 생명은 끝난줄 알았다. 호주 서핑 대표팀의 오언 라이트(31). 그는 지난 2015년 화와이에서 훈련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그 과정에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뇌출혈과 뇌진탕을 동반한 외상성 뇌손상 판정을 받았다. 사고이후 제대로 설 수도 없었다. 후유증은 심했다. 그러나 바다 사나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에 뛰어들었다.
4개월 뒤 서핑도 다시 시작했다. 무릎 높이의 파도도 타지 못했다. 그러나 1년 이상의 강도높은 재활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통해 복귀했다. 그는 남자쇼트보드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걷는 것은 물론 파도타기도 다시 배워야 하는 피나는 전투였다. 이 자리에 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금은 구름위를 걷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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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시련 딛고 역영
일본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21)는 지난 2019년 2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목에 걸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후였다. 청천벽력과 같은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행복 뒤에 불행이 바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리카코는 “신은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을 주지 않는다”라고 SNS에 올리며 투병을 시작했다. 골수이식을 했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백혈병과 싸웠다.
그리고 1년만에 초인처럼 훈련에 복귀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을 목표로 했지만 자국 올림픽에 출전했고 여자 혼계영 400m 결승에 나서서 세 번째 접영 구간 100m를 맡았다. 일본은 최하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케에는 “도쿄올림픽은 내가 한때 포기했던 대회였다. 하지만 결승에서 계영 멤버로 수영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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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강력한 공감과 운동능력
미국 배구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36). 그는 팀원간의 소통이 중요한 배구선수지만,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청력을 90%정도 잃은 상태라 보청기와 상대 입술의 움직임을 읽는 독화에 의존한다. 어린시절엔 장애로 인해 학교생활을 힘들어했고 홈스쿨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교시절 손에 잡게 된 배구공. 그는 가족의 응원과 큰 키 덕분에 뒤늦게 재능을 찾았다.
2009년 미국 국가대팀에 합류했고 이번 도쿄까지 세번의 올림픽 코트를 거침없이 누비고 있다. 스미스는 “신체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사고나 활동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다. 청력이 떨어지는 대신 공감능력, 운동능력은 더 뛰어날수도 있다”라며 신체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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