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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 경기에서 볼을 받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속 시원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레바논전은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가늠한 한판이다.

대표팀은 클럽처럼 꾸준히 동료와 발을 맞추고 일정하게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도 어느덧 주력 선수 절반 이상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고 있다.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파는 A매치 기간 장거리 비행을 거쳐 대표팀에 합류한다. 이번에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페네르바체)가 그랬던 것처럼 소속팀 일정에 따라 실전 경기를 앞두고 늦게 합류하기도 한다. 감독이 원하는 전술에 따라 동료와 발을 맞추거나 시차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파가 주축인 다른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팀도 마찬가지다.

결국 대표팀 내에서 유럽파의 컨디션 회복을 도우면서 효과적으로 경기를 대비하는 게 핵심이다. 여의치 않으면 코치진이 주어진 상황에 맞게 선수를 운용하면서 결과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다소 보수적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게 사실이다. 이는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베스트11을 고정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 한국은 여건이 다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대부분이고 대표팀을 오가는 데 한국보다 용이하다. 벤투 감독도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선수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이동할 수 있다. 한국은 장거리여서 주력 선수를 수시로 직접 체크하기 어렵고, 지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벤투 감독은 주장 손흥민과 원톱 황의조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베스트11이 사실상 그려져 있다. 내부 경쟁 구도가 흐릿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감독은 결과를 내면 된다. 그러나 최근 안방에서 이라크, 레바논과 치른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2차전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두 팀은 한국보다 두 수 아래 전력의 팀으로 불린다. 그러나 정예 멤버를 투입한 이라크와 첫판에서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고, 레바논전도 권창훈의 한 방으로 간신히 1-0 신승했다.

홍철에 패스하는 벤투[포토]
벤투 감독이 레바논전에서 터치아웃된 볼을 홍철에게 던져주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건 레바논전 선발 요원이다. 벤투 감독은 이라크전과 비교해서 필드 플레이어를 5명이나 바꿨다. 골 결정력 부족으로 한 골을 넣는 데 그쳤지만 이라크처럼 밀집 수비를 펼친 레바논을 상대로 풀백의 오버래핑과 전방 공격수의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이 한결 살아났다는 평가다. 서로 주고받은 패스 수치로도 비교된다. 한국은 이라크전에서 센터백 김영권, 김민재가 2선 중앙의 황인범에게 건넨 패스가 각각 25회, 14회로 가장 많았다. 레바논전에서는 김영권이 왼쪽 풀백 홍철에게 24회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김민재가 오른쪽 풀백 이용에게 20회를 전달한 것이었다. 밀집 수비 타파의 기본은 상대 측면 공략이다. 레바논전에서는 좌우 풀백부터 공격에 적극적이었고 전방 공격수에게 크로스 또는 전진 패스하는 장면이 이전보다 많았다. 홍철은 왼쪽 윙어로 뛴 황희찬에게도 17차례 패스를 공급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황의조 두 핵심 공격수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여러 축구 전문가 사이에선 레바논전만큼은 오히려 둘의 제외가 다른 선수의 분발을 끌어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격 의존도가 높았던 ‘손·황 듀오’가 빠지면서 전방에서 더욱더 다양하게 기회 창출에 애썼고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는 것이다.

\'관중석의 낯선 손흥민\' [포토]
손흥민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손흥민은 훈련 중 경미한 종아리 부상으로, 황의조는 90분을 뛸 몸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발에서 빠졌다. 즉 둘은 이라크전에서도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을 게다. 서로 맞불을 놓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손·황 듀오’처럼 확실한 한 방이 있는 선수를 중심으로 전술, 전략을 짜야 하는 게 맞다. 다만 최종 예선에서 만나는 팀은 대체로 한국보다 약한 팀으로 이번처럼 밀집 수비 형태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밀집 수비 극복은 측면 공략과 더불어 빠른 템포와 정확한 패스, 슛이 핵심인데 경기 당일 컨디션이 큰 변수다. 레바논전처럼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효력을 볼 용병술이 앞으로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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