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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키움의 모험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구단측은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 속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가뜩이나 학원폭력 음주, 경영진 비리 등 다양한 사건사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빅리그 사고뭉치까지 떠안았으니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진짜 과제해결이 더 중요하다.
키움은 9일 메이저리그 악동 야시엘 푸이그(31)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날 해외 미디어에서 푸이그의 KBO리그 진출 얘기가 나왔고, 키움이 접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속전속결로 계약 발표까지 이어졌다. 기량만 놓고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타자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과 LA다저스에서 함께 뛸 때는 ‘류현진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넘치는 파괴력과 시원시원한 액션은 야생마 같은 매력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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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허경민(두산) 등 한국 대표팀과 한 버스로 이동한 사실이 공개돼 더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잦은 지각, 동료와 충돌 등 자기 통제가 안되는 시한폭탄 같은 이미지가 공개돼 빅리그에서는 사실상 퇴출됐다. 야구와 동료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시하는 메이저리그 문화에서 푸이그의 돌출행동은 용납되지 않았다. 과거 롯데에서 폭발적인 기량을 과시한 펠릭스 호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윈터리그를 직접 지켜봤고, 대화도 나눴다. 기량은 여전하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2년간 빅리그 입성을 못해 마음고생을 한 만큼,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푸이그가 순한 양이 되지는 않겠지만 야구와 동료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키움은 역대급 타선을 갖출 수 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젊은 키움의 생동감에 화끈한 퍼포먼스로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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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베테랑에 대한 예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올해 이용규를 영입해 어느정도 효과를 봤기 때문에 몇 안되는 베테랑들을 최대한 결속시켜야 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다. 키움 이정후는 “팀이 젊은 선수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린다.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는데, 분위기가 한 번 다운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이럴 때 후배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 역할을 베테랑들이 해야 한다. KT가 후반기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도 끝내 버텨낸 것도 버팀목 역할을 한 베테랑의 힘 덕분이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팀 로열티가 약하다. 창단 때부터 ‘선수를 키워서 판다’는 이미지가 강한 탓이다. 강한 팀 로열티를 만들려면, 전통을 세울 베테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려한 외국인 타자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외형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키움의 겨울은 그래서 중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