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부익부 빈익빈은 2021년에 더욱 심화됐다.

올해 지상파는 사극으로 K-콘텐츠 저력을 입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12.1%로 올해 KBS 하반기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박은빈, 로운 주연의 ‘연모’는 국내뿐 아니라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톱10에 진입하는 등 해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SBS ‘홍천기’는 시청률 6%대로 출발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미를 거뒀다. 이준호 이세영 주연의 MBC 금토극 ‘옷소매 붉은 끝동’도 최근 12회에서 시청률 13.3%를 돌파하며 사극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KBS1은 5년만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출범, 2회 시청률 9.4%를 기록하며 사극 명가 자존심을 세웠다. 유승호와 이혜리가 주연을 맡은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시청률 7.5%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SBS는 시청률에 웃고, 논란에 울었다. SBS 금토드라마는 올해도 흥했다. 먼저 ‘막장대모’ 김순옥의 ‘펜트하우스’ 존재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졌다. 올해 1월 시즌1이 막을 내린 후 시즌2와 시즌3가 연달아 흥행몰이했다. 특히 시즌2는 2회 만에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돌파했고, 마지막 12회는 29.2%를 찍었다. 그러나 극단적인 전개와 개연성 부족, 자극성 등은 꾸준히 논란을 일으키며 잡음을 낳았다.

‘모범택시’와 ‘원 더 우먼’도 시청률에서 웃었다.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 김도기 역 이제훈의 캐릭터쇼와 묵직한 주제 의식이 코미디와 장르물을 넘나들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제훈 액션신 대역 논란과 작가 교체 이슈 등이 아쉬움을 남겼다. 이하늬가 하드캐리한 ‘원 더 우먼’은 마지막회에서 1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하늬는 드라마 ‘열혈사제’,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입증된 코믹 연기와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더해 호평을 얻었다.

풍성한 흥행작 속에 SBS는 ‘조선구마사’로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지난 3월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전부터 조선 건국과 좀비, 구마신부 등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고, 베일을 벗은 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풍 복식과 음식 등을 사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단 2회만에 종영을 맞았다.

오랜 기간 침체기에 빠진 MBC 드라마는 월화극을 폐지하고 금토극을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오! 주인님’, ‘미치지 않고서야’, ‘목표가 생겼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등 상반기 작품들이 5% 아래 시청률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하반기 150억 원을 투자한 남궁민 주연의 ‘검은 태양’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았고, 이준호와 이세영의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마의 10% 시청률을 넘어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BS는 흉작도 없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도 없었다.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달이 뜨는 강’, ‘오월의 청춘’, ‘경찰수업’, ‘연모’ 등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고 ‘안녕? 나야!’, ‘대박 부동산’, ‘달리와 감자탕’ 등도 시청률 5~8%로 꾸준한 고정 시청층을 얻었다. ‘달이 뜨는 강’은 남자 주인공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10%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고, ‘오월의 청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를 잘 구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오케이 광자매’, ‘신사와 아가씨’, ‘빨강 구두’ 등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KBS 일일극, 주말극은 올해도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화제성은 이전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다각화로 인한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는 배우와 작가의 힘보다 작품 본연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며 “콘텐츠 업계도 이젠 방송사 보다 OTT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면서 지상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게 사실이지만, 올해 각종 사극의 부활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계속해서 돌파구와 경쟁력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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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