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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러셀 때문에 울고 웃었다.
삼성화재는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V리그 4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19-25 25-23 25-27 25-18 16-14) 역전승을 거뒀다. 3세트 종료 시점까지 1-2로 뒤졌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4~5세트를 잡아냈고 선두 KB손해보험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5연패를 끊은 삼성화재는 6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고 승점 24로 6위 OK금융그룹(25점), 5위 현대캐피탈(27점)과의 간격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이었다. 러셀은 50.82%의 공격성공률로 35득점을 책임지며 공격을 이끌었다. 러셀이 공격성공률 50%를 넘긴 것은 지난달 16일 KB손해보험 전 이후 5경기 만의 일이다.
숨은 이야기도 있다. 러셀은 이날 경기 전부터 복통과 설사 증세를 호소했다. 결국 3세트 경기 도중 코트를 떠나 급하게 화장실로 이동했다. 고 감독은 “러셀이 배가 계속 아프다고 화장실을 다녀오더라. 걱정스러웠는데 3세트에 더 이상 점프를 못하겠다고 하더라. 자칫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나마 우리 체육관은 화장실이 락커룸에서 가까워 다행이었다. 그리고 5세트에 빠지지 않은 게 다행”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삼성화재에게 악재가 닥칠 뻔한 사건이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우리카드 외인 알렉스가 복통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패한 사례도 있다. 삼성화재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셀이 빠지면 KB손해보험을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화장실에 다녀온 러셀은 좋은 컨디션을 회복하며 경기 후반 삼성화재 공격을 책임졌다. 특히 승부처가 된 마지막 5세트에서는 케이타와 동일한 6득점을 책임지며 승리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고 감독은 “러셀이 기복이 있었지만 잘해줬다. 사실 러셀이 책임감도 있고 최근 연패를 당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도 아마 그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마음고생을 했을 텐데 고맙다”라며 러셀을 격려했다.
고 감독에게도 뜻 깊은 승리였다. 최근 연패에 누구보다 괴로웠던 고 감독은 경기 후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 감독은 “운 게 아니냐고 하는데 울지는 않았다. 저도 마음이 어려웠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약간 올라온 것은 맞다”라고 털어놨다.
가까스로 연패를 끊은 삼성화재는 아직 봄배구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선두 KB손해보험을 잡았으니 9일 열리는 2위 대한항공과의 맞대결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고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위권 팀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손해보험을 이겼는데 대한항공전이라고 못 이길 것도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뛴다면 2연전을 통해 반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내친 김에 2연승까지 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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